설산동자의 구법
설산동자의 구법
설산 동자는 설산 대사(雪山大士)라고도 합니다. 석가모니 부처님의 아득한 과거 생에서 보살행을 닦으실 때, 눈 쌓인 산에서 수행하시던 시절의 이름이지요. 오랜 세월 동안 깊은 설산에서 깨달음을 얻기 위하여 가족도 부귀영화도 모두 버리고 홀로 고행하며 정진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불법을 수호하던 하늘의 천신이 그가 과연 부처를 이룰 큰 믿음이 있는지 시험해 보기로 하였습니다. 그래서 천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무서운 살인귀(殺人鬼)의 모습으로 둔갑하여 설산으로 내려왔습니다. 그리고 설산동자의 곁에서 그가 들을 수 있도록 시를 읊었습니다.
꽃은 피면 곧 지고, 사람은 태어나면 반드시 죽는다.
이 허무한 법칙은 생명을 지닌 것들의 피할 수 없는 운명이로다.
이 소리를 들은 설산 동자의 마음은 너무나 기쁘고 환희로웠습니다. 그래서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지금 이 시를 읊은 분은 누구십니까?”
그의 곁에는 무서운 살인귀 외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아니 어찌 저토록 추악하고 무서운 귀신이 이런 시를 알고 있단 말인가. 마치 불속에서 연꽃이 피는 것 같구나.’
그는 살인귀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디에서 이러한 시를 들었습니까? 그 시를 들으니 내 마음이 환희롭게 열립니다.”
살인귀로 둔갑한 하늘 천신이 말했습니다.
“나는 그런 거 모르오. 그저 허기가 져서, 헛소리를 했을 뿐이오.”
“아닙니다. 만일 당신이 그 시를 끝까지 읊어 주신다면 평생 당신의 제자가 되겠습니다. 부디 시를 읊어 주십시오.”
무서운 살인귀가 말했습니다.
“당신은 지혜를 구하고자 하는 욕심만 있고 자비심이라곤 없구먼, 나는 배가 고파 죽을 지경이란 말이오.”
“그렇다면 음식을 드릴까요? 당신을 무엇을 먹습니까?”
“나는 살아 있는 사람의 살과 따뜻한 피를 먹을 뿐, 다른 건 먹지 않소.”
설산 동자는 주저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좋아요. 그럼 시의 나머지 부분을 들려 주시오. 내 몸을 기꺼이 드리리다.”
살인귀가 말했습니다.
“그 말을 누가 믿겠소? 단지 한 구절의 시를 위하여 목숨을 버린다 말이오? 어리석도다!”
설산 동자는 자신있게 대답했습니다.
“당신이야 말로 참으로 무지하오. 옹기 그릇을 깨고 금 그릇을 얻는다면 누구라도 기꺼이 옹기그릇을 깰 것이오. 무상한 이몸을 버리어 큰 깨달음을 얻는다면 난 아무런 후회도 없소. 남은 구절이나 들려주시오.”
“좋소. 잘 들으시오. 나머지 구절을 내 읊으리다.”
살고 죽는 데 대한 생각을 버리면,
허망한 욕심과 두려움은 사라지네.
이 시를 들은 설산 동자는 깊은 희열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살인귀의 약속대로 설산 동자는 자신의 몸을 살인귀에게 던졌습니다.
그때 살인귀는 마지막 순간에 하늘 천신으로 변하여 커다란 두 손으로 설산 동자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땅에다 고이 내려 놓았습니다.
이를 본 모든 천신들이 설산 동자의 발 아래 엎디어 깊이 경배하였습니다.
***
한국불교대학 大관음사 부속 도서출판 좋은인연의 동의 없이 무단으로 사용, 복제할 수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또한 내용을 수정 하거나, 출처를 밝히지 않고 스크랩 하시는 경우는 무단 복제로 간주하게 됨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