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전 선사와 한퇴지
태전 선사와 한퇴지
한퇴지는 당나라 때 남양 등주에서 태어났어요. 그는 불교를 몹시 싫어했어요. 그래서 그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교를 반대하는 상소를 왕에게 올렸어요. 학림학사라는 벼슬에 있을 때는 불교의 사리 신앙을 헐뜯는 상소를 올렸어요. 그 상소 때문에 헌종 왕의 노여움을 사게 되었어요.
그래서 외딴 곳 조주에 자사로 가게 되었어요.
그 무렵 조주에는 태전이라는 스님이 오랫동안 축령봉에서 수행하고 있었어요. 사람들은 그를 ‘살아 있는 부처’라고 불렀어요. 조주 스님은 그만큼 덕이 높고 훌륭한 스님이었어요.
한퇴지는 불교를 깎아 내릴 생각으로 또 다른 궁리를 했어요. 태전 스님을 파계시키려는 못된 마음을 먹었어요. 그는 조주에서 제일 아름다운 기생 홍련을 불렀어요.
“백 일 안에 태전 스님을 파계시키면 큰 상을 내리겠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아름다움에 자신이 있었던 홍련은 조주 스님을 파계시키려고 스님이 있는 암자로 갔어요.
“오래 전부터 스님의 훌륭한 덕을 존경해 왔습니다. 스님 시중을 들며 백일 기도를 올리고자 왔으니 허락해 주십시오.”
태전 스님이 허락했어요. 그러자 홍련은 속으로 이제 태전 스님을 파계시키는 것은 시간 문제라고 자신했어요. 그래서 시중을 들며 기회를 엿보았어요.
한 달이 지났어요. 그러나 스님은 열심히 참선만 할 뿐 홍련은 거들떠보지도 않았어요. 마음이 급해진 홍련은 온갖 방법으로 스님을 유혹했어요. 그러나 태전 스님은 돌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어요.
홍련은 어느 새 스님의 인품에 감동되었어요. 그 동안 자기가 한 행동이 어리석었다는 것을 깨닫고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한퇴지와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어요.
마침내 약속한 백 일째 아침이 되었어요. 홍련은 눈물을 흘리며 스님에게 절을 올리고 모든 것을 고백했어요.
“스님, 부디 저를 용서해 주십시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조주 자사 한퇴지 의 부탁을 받고 스님을 파계시키러 왔습니다. 그러나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이었는 지 알게 되었습니다. 오늘이 약속한 백 일입니다.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이제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태전 스님은 조용히 웃으며 홍련에게 말했어요.
“내가 아무 일 없도록 해 줄 테니 이리 와 보시오.”
그리고는 치맛자락을 펼치게 해서 먹을 듬뿍 묻힌 붓으로 이렇게 썼어요.
축령봉 내려가지 않기를 십 년
색을 보고 공을 보니 색이 곧 공인데
어찌 조계의 물 한 방울을
홍련의 잎사귀에 떨어뜨리겠는가
한퇴지는 홍련의 하얀 치맛자락에 쓰인 시를 읽고 태전 스님을 직접 찾아갔어요. 태전 스님이 한퇴지에게 물었어요.
“당신은 어떤 불교 경전을 읽으셨소?”
한퇴지가 대답했어요.
“확실하게 읽은 것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불교를 헐뜯는 까닭이 무엇이오? 누가 시켰소, 아니면 스스로 한 거요? 누가 시켜서 한 것이라면 이는 당신이 주인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개와 같은 사람 이라는 것이고, 스스로 한 것이라면 이렇다 할 경전 한 줄 보지 않고 함부로 헐뜯 는 것이니 자기 자신을 속이는 것 아니겠소?”
한퇴지는 스님의 꾸지람을 듣고 자기 잘못을 알았어요. 큰 가르침을 받은 한퇴지는 그 뒤 믿음이 깊은 불자가 되어 훌륭한 글로 부처님의 진리를 널리 알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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