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동산

법륜스님 : 50. 자신 없는 결혼|

맑은 샘물 2011. 3. 1. 11:45

 

법륜스님 :  50. 자신 없는 결혼|

 

 

 

[법륜 스님의 지혜로운 삶]  자신 없는 결혼

 

 

 

 

기사등록일 [2009년 03월 17일 10:33 화요일]
 

결혼할 시기가 좀 지났습니다. 다만 힘든 것을 극복할 만큼 강한 힘이 생겼을 때 결혼하고 싶습니다.

“궁하면 열린다, 당하면 한다.” 이런 말이 있어요. 대부분의 부모들도 힘든 부모 역할을 극복할 준비가 된 뒤에 부모가 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된 뒤에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게 극복이 되었던 것입니다. 몇 번 죽을 고비, 몇 번 이혼할 고비를 넘기며 세월이 한 30년쯤 흐르다 보니까 지금은 그냥 포기하고 같이 살거나 서로에게 적응해서 사는 거예요.

그러니 결혼하고 싶으면 이런저런 조건 따지지 말고 그냥 하세요. 그러면 살든지, 못 살든지 결론이 빨리 날 것입니다. 결혼 생활을 해 보고 이건 정말 그만두는 게 낫겠다는 결론이 나도 좋은 경험의 하나입니다. 앞으로는 결혼에 대한 미련을 갖지 않을 테니까요. 결혼을 안 하면서 늘 결혼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결혼을 안 하는 게 ‘고(苦)’예요. 그러니 결혼하고 싶으면 상대를 고르지 말고 하세요. 고르고 골라 선택하면 그 남자가 가장 나쁜 남자일 확률이 높습니다. 왜냐 하면, 욕심 때문에 인물, 나이, 돈, 가문 같은 데 눈이 팔려 있어서 정작 가장 중요한 사람 됨됨이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쥐가 쥐약을 먹듯이, 늘 선택을 해놓고 보면 가장 악수를 두기 십상입니다. 그런데 아무나 하고 결혼하면 오히려 헤어지지 않고 살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왜냐 하면 별로 기대를 안 했기 때문에 큰 불만이 없어요. 고를수록 기대가 크기 때문에 나중에 실망이 큰 법이에요.

이왕 결혼할 바에야 잘살아야 하지요. 그 길은 간단합니다. 상대를 인정해주는 마음이 있으면 됩니다. 나는 생선을 좋아하는데 상대가 돼지고기를 좋아하면 인정해줘야 합니다. 나는 바다가 좋은데 상대가 산을 좋아하면 인정해줘야 합니다. 대부분 부부들이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서로 감정이 상합니다. 이런 것들이 쌓이고 쌓여서 못 살겠다고 하는 거예요. 그러니까 상대에 대해서 간섭하지 않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진정한 사랑은 상대를 이해해주는 거예요. 상대를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겠는지, 그의 개성과 자유를 존중하겠는지에 대해 내가 자신이 있으면 내일이라도 결혼을 하면 됩니다. 그게 준비가 안 됐으면 수행을 먼저 해야 합니다. 그게 결혼준비예요.

어떤 일이든지 인생은 대가를 지불해야 합니다. 혼자 살면 손잡아 주는 사람이 없지요. 그것은 스스로 극복해야 하고, 결혼을 해서 손잡아 주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의 비위를 맞춰야 합니다. 내가 외로울 때 상대가 내 손 잡아주기를 바라면서 나는 상대의 비위를 맞춰주기 싫어하는 태도는, 인생을 실패로 이끄는 길입니다.

여러분들이 남편이나 아내를 미워하면 자기 긍정이 없어집니다. 그런 남자, 그런 여자를 고른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자신입니다. 또 배우자를 미워하면, 그런 좋지 않은 사람하고 사는 내 인생이 하찮은 인생이 되어 버립니다. 그러므로 사는 동안은 항상 상대를 존중하며 맞추고 살아야 합니다. 정말 짐승 같다고 생각되거든 오히려 빨리 ‘안녕히 계십시오’라고 하세요. 헤어지라는 것이 제 얘기의 핵심이 아니라, 이별이라는 마지막 길이 있으니 그 전에 나머지 여러 길을 찾아서 정진을 해 보라는 말입니다.

혼자 살 때는 혼자 사는 자유를 누리고, 같이 살 때는 같이 사는 재미를 누려야 합니다. 우리는 혼자 살면 외로워서 혼자 사는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같이 살 상대를 원하다가,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 이번에는 같이 사는 게 귀찮아서 헤어질 궁리만 하고 괴롭다고 아우성을 치면서 인생을 허비합니다. 이것은 자신의 살아있는 삶을 하루하루 죽이는 행위입니다. 지금 결혼하겠다, 하지 않겠다고 결론을 지을 필요가 없습니다. 혼자 살 계획으로 계속 살다가 결혼하고 싶으면, 인연을 만들면 됩니다. 그리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합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990호 [2009년 03월 17일 10: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