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재암의 전설 『이토록 깊은 밤, 폭풍우 속에 여자가 찾아올 리가 없지.』 거센 비바람 속에서 얼핏 여자의 음성을 들었던 원효 스님은 자신의 공부를 탓하며 다시 마음을 굳게 다졌다. 『아직도 여인에 대한 동경이 나를 유혹하는구나. 이루기 전에는 결코 자리를 뜨지 않으리라.』 자세를 고쳐 점차 선정에 든 원효 스님은 휘몰아치는 바람과 거센 빗소리를 분명히 듣는가 하면 자신의 존재마저 아득함을 느꼈다. 「마음, 마음은 무엇일까?」 원효 스님은 둘이 아닌 분명한본래 모습을 찾기 위해 무서운 내면의갈등에 휘말리고 있었다. 그때였다. 「바지직」 하고 등잔불이 기름을 튕기며 탔다. 순간 원효스님은 눈을 번적 떴다. 비바람이 토굴 안으로 왈칵 밀려들었다. 밀려오는 폭풍우 소리에 섞여 여자의 음성이 들렸다. 스님은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