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 혜능 대사 이야기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가 부처님의 참된 법을 전하시니 첫 번째 큰 어른,
즉 일대 조사라 부릅니다. 달마 대사가 전한 법은 그의 제자를 통해, 또 그 제자의 제자를 통해 전해져
내려왔고, 당나라 때에 이르러서는 홍인 대사가 다섯 번 째 큰 어른, 즉 오대 조사가 되셨습니다.
홍인 대사의 문하에는 사방에서 모여든 많은 제자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신수라는 뛰어난 제자가 있었는데 그의 학식과 재능을 따를 자가 없었습니다.
그러나 홍인 대사는 신수 스님이 부처님의 참된 법을 깨달아 전할 수 있는 인물이 못됨을 알고
다른 제자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노씨 성을 가진 나무꾼이 절에 들어와 ‘부처가 되는 법을 구하겠다’며 당당히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홍인 대사는 첫 눈에 그가 큰 인물임을 알아보았으나, 오히려 그를 꾸짖으며,
방아나 찧으라고 후원으로 보냈습니다.
행자가 된 나무꾼은 스승의 가르침을 기다리며 묵묵히 장작을 쪼개고 방아 찧는 일을 했습니다.
그렇게 한참의 세월이 지난 어느 날, 홍인 대사는 스님들을 불러모아 각자 그동안 깨달은 바를
시로 표현하는 게송을 지어 보이라 하시며,
“그 게송을 보아 부처님의 큰 법을 깨달은 사람이 있으면 나의 발우(밥그릇)와 가사(옷)를 전하여
육대 조사로 삼으리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그때에 스님들은 누구나 신수 스님이 홍인 대사의 법을 이어받아 육대 조사인 육조가 되리라 생각하고
아예 아무도 게송을 지을 생각조차 않고 있었습니다.
신수 스님은 고심 끝에 게송을 지어 누구나 지나다니는 길목에 이름도 밝히지 않고 붙여 놓았습니다.
몸은 보리수
마음은 밝은 거울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먼지 앉고 때묻지 않도록 하라
모든 스님들이 이 게송을 보고 찬탄하였으나, 홍인 대사는 조용히 신수를 불러,
“그대는 아직 부처님의 참된 법을 깨닫지 못했으니 더욱 수행하라.”고 일렀습니다.
한편 후원에서 방아만 찧고있던 노행자도 신수 스님의 게송을 들은 뒤,
자신의 느낌을 게송으로 지어 붙였습니다.
보리 본래 나무가 없고
밝은 거울 역시 틀에 메이지 않는 것
본래 한 물건도 없는데
어디에 먼지 앉고 때가 끼겠는가
이를 본 스님들은 모두 놀라며 감탄했습니다.
그러나 홍인 대사는 그 게송을 보고서 얼른 신발로 문질러 지워버린뒤,
방아를 찧고 있던 노행자를 찿아가 물었습니다.
“쌀은 다 찧었느냐(공부는 다 되었는가)?”
“쌀은 다 찧었는데 아직 키질을 못 했습니다
(공부는 다 되었는데 아직 확인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홍인 대사는 들고 있던 지팡이를 탁 탁 탁 세 번 치더니,
뒷짐을 지고 묵묵히 돌아 가버렸습니다. 지팡이 세 번은 밤 삼경(三更)이요, 뒷짐은 대사의 방 뒷문으로
오라는 것임을 행자는 즉시 알아챘습니다.
그날 밤 삼경 노행자가 대사의 방 뒤문으로 가니, 대사는 노행자를 맞아들여 금강경을 설한 뒤,
부처님으로부터 내려 온 가사와 발우를 전하고 혜능이란 이름도 정해주면서,
“이제 너는 육조가 되었다. 부처님 법을 잘 받들고 널리 중생을 제도하여라.
달마 대사께서 처음 이 땅에 오셨을 때, 사람들이 믿음이 없었으므로 가사와 발우를 전하여
믿음의 표시로 삼았느니라. 그러나 이제 사람들이 믿음에는 관심이 없고 나쁜 무리들이
오직 가사와 발우 만을 탐하여, 너를 해칠지도 모르니, 이후로는 전하지 말도록 하여라.
내 이제껏 너를 숨긴 것은 그런 무리들로부터 너를 보호코자 함이었다.
앞으로 불법이 너로 말미암아 크게 일어나리라. 너는 되도록 남방으로 가거라.
그리고 때가 되기 전에는 절대로 불법을 설하지 말라. 불법을 일으키는 일이 쉽지 않으리라.”
혜능은 홍인 대사에게 하직 인사를 올리고 밤을 틈타 남쪽으로 향하여 갔습니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된 무리가 가사와 발우를 빼앗기 위해 혜능을 추적하였지만
혜능은 부처님의 가피력으로 무사히 위기를 모면하였습니다.
그 뒤 때가 이르자 혜능 대사는 조계산에 보림사를 세우고, 온 중국에 선의 가르침을 널리 폈습니다.
비로 이 혜능 대사의 가르침은 우리 나라에서도 그 꽃을 피워 지금의 대한불교 조계종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혜능 대사가 수행자로서 보여준 당당함과 겸손 그리고 참을성은
부처님의 참된 법을 구하는 우리들이 어떤 마음으로 공부해야 하는지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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