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시 : 엄마의 소원
동래아리랑
현해탄에 배가 뜨자 정든 님은 간 곳 없고~ 칠산바다 부는 바람 마디마디 눈물일세~."
부산지역 구전 민요인 '동래아리랑'의 가사가 복원돼 80년 만에 제 모습을 되찾았다. 이번에 바로잡은 가사에는 일제강점기 아픔이 고스란히 담겨 있어 '아리랑'의 항일정신을 잘 보여 준다.
동래구는 과거 지역 노인들 사이에서 희미하게 구전돼 온 '동래아리랑'의 전체 가사를 복원했다고 14일 밝혔다.
동래아리랑은 지난 1997년 동래구청 문화공보과 직원 이상길(59) 씨가 구전가요를 수소문하던 중 한 고음반 소장가의 레코드판을 발견하면서 그 존재가 알려졌다. 당시 좋지 않은 음반 녹음 상태 탓에 군데군데 가사가 들리지 않아 복원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문가들도 여느 아리랑처럼 '떠나간 임을 그리워하는 노래' 정도로만 추정할 뿐 정확한 노랫말을 파악하지 못했다. 이 씨가 수년간 고증 작업을 통해 바로잡은 노랫말을 보면, 동래아리랑은 당초 알려진 구한말이 아니라 일제강점기 때 불린 것으로 보인다.
첫 소절 "현해탄에 배가 뜨자 정든 님은 간 곳 없고~"는 1930년대 조선인들이 강제노역에 동원돼 대한해협 너머 일본 본토로 끌려가던 상황을 노래하고 있다.
이후 노래는 "한 번 가신 우리 님은 봄철에도 안 오시네~", "무정하다 고동 소리 이내 간장 다 녹이네~" 등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가족을 애타게 그리는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과거 동래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는 표현들도 눈에 띈다.
노래 후반부에 나오는 '동장대'는 장수가 군사들을 지휘하던 동래읍성의 동쪽 대(臺)이다. '동래온천' 등 친근한 지명도 등장한다.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 등 밝은 느낌의 남부지방 아리랑과 달리 동래아리랑은 분위기가 어두운 것이 특징이다.
한국음반아카이브연구소 배연형 소장은 "동래아리랑은 함경·강원·경상도 지방에서 불리던 '동부 민요'의 메나리조 선율을 갖고 있어 같은 계통으로 볼 수 있다"며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갈 때의 복잡한 심경이 묻어나는 등 지역성과 시대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전하는 동래아리랑은 1937년 오케이레코드사에서 발매(사진)한 3분짜리 유성기음반(SP판) 곡으로, 서영신이 창을 하고 고재덕이 반주(피리)를 했다.
㈔한민족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는 "1926년 영화 '아리랑'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1930년대 중반까지 각 고장의 지명을 넣은 아리랑이 만들어졌다"며 "과거 부산은 특히 민요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인 만큼, 민속음악을 재조명하는 데 동래아리랑이 중요한 촉매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복원 동래아리랑은 오는 10월 동래읍성역사축제 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동래구 관계자는 "국악관현악단 협연과 뮤직비디오 상영 등 동래아리랑을 위한 대대적인 개막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며 "노래를 통해 일제 강점기 선조들의 아픔과 동래의 얼을 느끼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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