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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 25시 : 전철역서 "차비 좀…" 모건설 부장, 알고보니

맑은 샘물 2010. 3. 24. 22:38

사건 25시 : 전철역서 "차비 좀…" 모건설 부장, 알고보니

전철역서 "차비 좀…" 모건설 부장, 알고보니

말끔한 차림에 직장인 행세
역·터미널서 2∼4명씩 활동
피해액 적어 신고 포기 악용
세계일보 | 입력 2012.04.05 19:24 | 수정 2012.04.05 20:44

 

 

 

[세계일보]

"부산에서 출장왔는데 하필 교통사고를 냈어요. 수리비를 물어주는 바람에 돈이 딱 떨어졌습니다.

내일 바로 갚을 테니 100만원만 빌려주실 수 있겠어요?"

지난달 말 서울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 말끔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중년 남성 3명이 퇴근하던 회사원 이모(31)씨에게 다가와 돈을 빌려달라고 말을 걸었다.

연장자로 보이는 남성은 '○○건설 김주성 부장'이라고 밝히며 "육군 중령 출신에 국정원을 거쳐 ○○건설 부산지부 건설본부 1과에 재직하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조금 의아해하던 이씨에서 술에 취한 중년 남자가 딸 사진까지 보여주며 자랑하길래 '진심이구나' 싶어 이씨는 곧바로 현금을 건네줬다.

양복 옷깃에는 건설회사 배지도 있었다. 명함에 적힌 휴대전화에 전화해 본인 여부도 확인했다.

그러나 이튿날 '김주성 부장'은 연락이 두절됐다. 김 부장이 다닌다고 했던 건설회사는 그런 사람은 없다고 밝혔다.

 

 

 

 

 

 

 

번듯한 직장명을 대며 직장인과 군인, 택시기사, 학생 등을 상대로 수천원에서 수십만원까지 빌려 가로채는 소액사기꾼이 활개를 치고 있다.

적은 액수여서 신고가 쉽지 않고, 신고를 하더라도 범인 검거가 쉽지 않은 탓에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관련없음


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 도심의 대기업 밀집 지역과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소액사기꾼 일당이 2∼4명씩 활동하고 있다. 일명 '남수꾼'(남의 돈을 수거해가는 사람)으로 불리는 이들은 순진해 보이거나 사회경험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들을 골라 푼돈을 가로채는 수법을 사용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남수꾼들은 동정심을 건드려 푼돈을 받아가도 피해자들이 신고를 포기한다는 점을 악용하고 있다"며 "각자 주의하는 것만이 최선의 예방책"이라고 말했다.

20대 여성부터 50대 노신사까지 다양한 이들 남수꾼들은 하나같이 차림새가 말쑥하고, 1만∼2만원의 소액을 가로채는 공통점이 있다.

수십만원대의 고액을 가로챌 때는 가족 사진을 보여주거나 가족사를 들려주며 감정이입을 유도한다. 계좌이체로 넣어주겠다고 하면 갖은 핑계를 대며 "카드가 정지됐다"고 둘러대는 수법도 사용한다.

다른 경찰 관계자는 "소액사기꾼에 불과한 남수꾼을 잡으려고 수사인력을 투입하기가 어렵다"면서 "남수꾼들 대부분은 대포폰을 사용해 검거도 쉽지 않다"고 털어놨다.

박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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