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의 향기

달마어록1. 달마대사 확연무성

맑은 샘물 2010. 9. 9. 00:00

달마어록1. 달마대사 확연무성

 

 

 

 

 

 확연무성(廓然無聖)


양(梁)나라 무제(武帝)가 달마에게 물었다.

 

"무엇이 성스러운 가르침의 제1의(第一義, the first principle of the holy teachings)입니까?

 

달마가 말했다.

 

"텅비어 성스러움도 없다(廓然無聖)."

 

무제가 다시 물었다.

 

"내 앞에 서 있는 자는 누구인가?"

 

달마가 말했다.

 

"모른다(不識)."

 

무제는 그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드디어 달마는 강을 건너 위(魏)나라로 갔다.

 

양무제가 후에 이것을 지공(志公)대사에게 말하니, 지공이 말했다.

 

"폐하께서는 그 사람을 아시겠습니까?"

 

무제가 말했다.

 

"모르겠습니다(不識)."

 

지공이 말했다.

 

"그는 관음(觀音)보살로서 부처님의 심인(心印, Heart Seal)을 전합니다."

 

무제가 후회하며 칙사(勅使)를 보내려 하니, 지공이 말했다.

 

"폐하의 칙사 뿐 만 아니라 온 천하의 사람들이 가더라도 그는 돌아오지 않을 것입니다."

 

설두(雪竇)는 이와 같이 덧붙였다:

 

성스러운 가르침? "비어있음!"

 

여기에 무슨 비밀이 있는가?

 

"나를 마주한 자가 누구인가?"

 

"모른다!"

 

기어이, 가시와 찔레가 곧두서니;

은밀하게 밤을 좇아 강을 건넜다네.

온 천하 사람들도 그를 데려올 수 없다네.

이제 그렇게 많은 세월이 지났건만

아직도 달마는 부질없이 그대 마음을 채우고 있네.

그에 대한 생각을 멈춰라!

맑은 바람이 우주를 관통하네.

 

설두는 주위를 둘러보고 말했다:

 

"조사(組師)가 거기에 있느냐? -예!

 

"그를 나에게 데려 오라. 그러면 내 발이나 씻게 할 테다."

 

바그완, "모른다"는 이 말 속에 선(禪)의 정수(精髓)가 담긴 것 같습니다. 이것이 당신께서 선(禪)을 유일하게 살아 있는 종교(宗敎)라고 부르는 이유입니까? 마니샤(Maneesha), 그대가 질문하기 전부터, 나무들은 그것을 듣고 있었다.

 

조직화 된 교리, 체계화된 믿음, 교의(敎義), 신학(神學)이 없을 때만이 종교가 살아 있다는 것을 그대들 모두가 기억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 가운데 하나이다. 바로 이런 침묵이 있을 때, 나무들이 산들바람에 춤을 추며 즐거위할 때, 그대의 가슴 속에서 어떤 것이 자라난다. 그것이 그대 자신이다. 그것은 어떤 경전에서 온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식이 아니므로 아무도 그대에게 줄 수가 없다.

 

그것이 모든 종교들과 선(禪)의 가장 큰 차이점이다. 선을 제외한 모든 종교들은 죽어 있다. 그것들은 화석화되고 체계화된 신학, 철학, 교리가 되어버렸기 때문에 나무들의 언어를 망각해 버렸다. 그것들은 나무들조차 들을 수 있고 이해할 수 있는 침묵을 망각해 버렸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의 가슴속에서 자연스럽고 천연스러워야 할 기쁨을 그것들은 망각해 버렸다.

 

체험이 설명되고 표현되는 순간, 그것은 더 이상 숨쉬지 않는다. 그것은 죽는다 - 그리고 세상 모든 사람들은 죽어 있는 교리(敎理)을 간직하고 다닌다.

 

 

 

 

 

 

 

 

 

 

 

 

 

 

 

 

 

 

 

 

 

 

 

 

 

 

 

 

갈대잎을 탄 달마대사

 

 

 

 

 

 달마대사의 짚신 한 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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