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어록5. 진신론(眞身論)
"만약 제가 저의 본성을 보지 못한다면 부처를 생각하고, 경전을 독송하며, 공양물을 바치고, 계율을 지키며, 불법에 헌신하고, 선을 행하더라도 여전히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습니까?" 그렇다, 그대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 "왜 성취할 수 없습니까?"
그대가 어떤 것을 성취할 수 있다면 그것은 모두 인연에 의한 것이며 좋은 업을 쌓은 결과다. 그리고 그것은 여전히 생사의 바퀴를 돌리게 한다. 그대가 생사의 바퀴 속에 매여 있는 한 그대는 결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없다.
깨달음을 성취하기 위해서는 그대가 자신의 본성을 보아야 한다. 그대가 그것을 보지 못하는 한 원인과 결과에 대한 이 모든 말들이 무의미한 것이다. 부처는 무의미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부처는 업으로부터 자유롭다. 인연의 사슬에서 자유로운 이가 바로 부처다. 만약 그대가 부처가 어떤 것을 성취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부처를 중상 모략하는 것이다.
부처가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마음을 집중시키고 힘을 모으고 어떤 견해를 갖는 것이 부처에게는 불가능하다. 부처는 어느 한쪽으로만 치우친 존재가 아니다. 부처의 마음은 비어 있는 것이 그 본성이라서 순수하고 순수하지 않은 것 모두를 초월한다. 그는 인과의 법칙에서 자유로우며 깨달음이나 수행에서도 벗어나 있다.
부처는 어떤 특정한 견해를 따르지 않는다. 부처는 선을 행하지도 않고, 악을 행하지도 않는다. 부처는 부지런하거나 게으르지도 않다. 부처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며, 자신이 부처라는 생각에 매달리지도 않는다. 그러므로 부처는 부처가 아니다. 그러니 다른 부처들에 대해서 생각하지 말라. 그대가 그대의 마음을 보지 않는 한 그대는 내가 말하는 것을 결코 알지 못한다.
자신의 본성을 보지 못하고서 그저 하루 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수행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모두 거짓말쟁이이며 어리석은 바보들이다. 그들은 끝없는 허공에 덜어져서 마치 술 취한 자처럼 자신을 잃어버릴 것이다. 그들은 악으로부터 선을 가려낼 줄도 모른다. 만약 그대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행위를 수행하려 한다면, 그대는 먼저 자신의 본성을 봐야 한다. 먼저 그대의 논리적인 사고를 멈춰야 하는 것이다. 그대 자신의 본성을 보지 않고서 깨달음을 얻기란 불가능하다.
사람들은 여전히 모든 종류의 악행을 저지르면서도 업이 없기를 바란다. 그들은 모든 것이 공허하다고 생각하면서 악행을 저지르고도 그것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 사람은 벗어날 희망이 없는 무간지옥(無間地獄)으로 떨어질 것이다. 그래서 지혜로운 사람은 그런 견해를 갖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에게 모든 상황이 일어날 때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마음이 됩니다. 왜 누군가 그의 몸이 죽었을 때 우리는 이 마음을 보지 못합니까?" 마음은 항상 존재한다. 그대는 단지 그것을 보지 못할 뿐이다. "그러나 그 마음이 존재한다면 왜 제가 보지 못합니까?" 그대는 꿈을 꾸어보았는가? "물론입니다" 그대가 꿈을 꿀 때 그것은 그대인가? "예, 바로 저입니다" 그러면 꿈속에서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그대와 어떻게 다른가? "하나도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다르지 않다면 이 몸은 그대의 진짜 몸이 아니다. 그대의 진짜 몸, 즉 진신(眞身)은 그대의 마음이다. 이 마음은 시작도 없는 영겁으로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달라진 적이 없었다. 그것은 결코 죽거나 새로 생기지 않는다. 사라지거나 다시 나타나지도 않으며, 불어나거나 줄어들지도 않는다.
그것은 선행이나 악행으로 깨끗해지거나 더럽혀지지도 않으며 진실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다. 그것은 남자도 아니며 여자도 아니다. 과거도 아니며 미래도 아니다. 그것은 승려나 속인으로 나타나지도 않고, 늙은이나 젊은이도 아니며, 성자나 바보도 아니다.
그것은 부처도 아니며 중생도 아니다. 그것은 깨달음을 얻으려고 노력하지도 않으며, 업으로부터 고통받지도 않는다. 그것은 어떤 모양이나 형체도 갖지 않는다. 그것은 허공과 같다. 그대는 그것을 소유할 수 없다. 물론 잃어버릴 수도 없다.
그것은 산이 막혀도 통과하며 강이나 바위벽도 그냥 지나간다. 그것의 멈출 수 없는 힘은 오대(五大)의 산을 넘어가고 삼사라(Samsara)의 강을 건너간다. 어떤 업도 이 마음을 제한할 수 없다. 이 마음이 진신(眞身)이며 바로 그대의 본성이다.
그것은 너무나 미묘해서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것은 감각적인 마음과 같지 않다. 모든 사람이 이 마음을 보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 마음의 빛에 의해서 손과 발을 움직이는 사람들은 갠지스강의 모래알처럼 많다. 그러나 그들에게 물어 보라. 그들은 그것을 설명할 수 없다. 그들은 이 마음이 뜻하는 대로 움직이는 꼭두각시와 같다. 그들이 왜 그것을 보지 못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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