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처님께는 쉬운 불법이 우리에게는 왜 어려운지 궁금합니다.
불법은 쉽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어려워서 못하는 게 아니고 그 길에 대해서 관심이 없는 겁니다. 한번 공부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시면 시작하세요. 그런데 사람들은 공부에는 관심이 없어요. ‘뭐니 뭐니 해도 돈이 제일이다’는 생각은 해도 ‘깨달음이 제일이다’는 생각은 안 합니다. 돈이 태산같이 있어도 쓸모없고, 지위가 산처럼 높아도 쓸모없고, 명예가 하늘같이 높아도 쓸모없는, 막다른 골목에 이르러서야 제 말이 귀에 들어올 것입니다. 안 그러면 숨넘어가기 직전에 제 말이 귀에 들어올 것인데 그 때는 알아도 소용이 없지요.
만약 몸이 아파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말기암 진단을 받아 3개월밖에 못 살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합시다. 그 진단을 받고 아무렇지도 않게 지금 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을까요, 아니면 모든 걸 다 그만두게 될까요? 자신의 경우라면 어찌 할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무슨 상관이야? 나는 숨넘어갈 때까지 하던 일 계속 할 거야’라는 사람은 절에 나와 공부하지 않아도 됩니다. 이 사람은 불교의 ‘불’자를 몰라도 인생의 이치를 깨친 사람입니다. 그런데 ‘내가 몸이 아픈데 일은 무슨 일, 일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기 수준을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쉬고 며칠간 생각해 보세요. 그래도 이 길밖에 없다 하면 죽 그 일을 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자신이 하는 일이 꿈같은 짓이고 헛되다 싶으면 자기 삶 전체를, 자기 인생관 자체를 돌아봐야 합니다.
남편하고 싸우는 게 그래도 인생의 재미라고 생각하면 계속 싸워도 되는데, 싸우는 게 미친 짓이라고 생각하면 단박에 그만둬야 합니다. 또 담배를 피우는 게 기분도 좋고 건강에 이상이 없다 싶으면 그냥 피워도 되는데, 담배를 피우는 것이 건강을 해치고, 돈 버리고, 시간도 낭비하고, 욕을 먹는 등 쓸데없는 짓이라고 생각하면 당장에 끊어야 합니다.
정말 공부를 제대로 해 보고 싶으면 4박 5일 동안 ‘깨달음의 장’ 수련에 참석해서 깨달음이라는 걸 한번 경험해 보세요. 처음에 거기에 가면 아무 설명도 안 해 줍니다. 연습도 필요 없고 단도직입적으로 묻습니다. 아무리 연습하고 가 봐도 어차피 세 번 이상 대답이 넘어가지 못하니까 연습하지 말고 그냥 가는 게 더 낫습니다.
처음에는 말문이 막힙니다. 막히면 그 때부터 공부가 되는 거예요. 처음에는 자꾸 물으니까 성질이 나는데 하루 지나고 이틀 지나고 사흘이 되면 이제까지 자기가 알고 있던 어느 것 하나도 확신할 게 없어져 버립니다. 자기 생각에 대해 회의가 들고 자신이 없어집니다. 그러다 그런 과정을 거치고 나면 아무 이유 없이 그냥 기분이 좋아집니다. 움켜쥐고 있던 것이 탁 내려지는 순간, 아무 걱정 근심이 없는 것처럼 행복해집니다. 그렇게 깨달음의 환희를 맛보는 겁니다.
그런데 수련 한 번 했다고 그 좋은 상태가 지속되는 건 아닙니다. 단지 맛을 본 겁니다. 수련을 통해 깨친 것을 일상생활에 계속 적용하면서 연습해 가면 조금씩 나아지는 겁니다. 화를 벌컥 내는 것도 여전하고, 욕심도 여전합니다. 그러나 오래 가지는 않습니다. 싸우다가도 자기도 모르게 금방 자기 고집 세우는 걸 풀게 됩니다. 자기 본래 성질을 버리지 못하고 성질을 부리기도 하지만, 그래봐야 자기만 손해라는 걸 알기 때문에 금세 성질이 사그라져 버립니다.
이렇게 해 가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이 바뀝니다. 안목도 넓어지고, 포용력도 커지고, 열린 생각을 하게 됩니다. 남이 볼 때에는 그 사람 인생이 특별히 달라진 게 없는 것처럼 보여도 당사자는 훨씬 자유로움과 기쁨을 느낍니다. 그러면 자신의 습관대로 사는 업식이 질기고 무서운 거지 불법 공부가 어려운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되실 겁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960호 [2008-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