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동산

법륜스님 : 27. 참회할 게 없는 것 같아요

맑은 샘물 2011. 3. 1. 11:43

 

법륜스님 :  27. 참회할 게 없는 것 같아요

 

[법륜 스님의 지혜로운 삶]

 

 

참회할 게 없는 것 같아요
기사등록일 [2008년 09월 22일 17:11 월요일]
 

찰나에 일어나는 일 모두가 참회할 것들
참회란 본래 옳고 그름 없음을 깨닫는 것

 

개인적으로 밤마다 정진을 하고 있는데 딱히 참회할 것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절은 다리 운동밖에 안 되는 것 같고, 안 하려니 마음이 무겁습니다.

내가 옳고 내가 잘났다고 생각할 때는 똑바로 서서 어깨에 힘을 주고, 고개는 쳐들고, 눈은 부릅뜨게 됩니다. 이때가 바로 철저하게 ‘나’를 기준으로 삼을 때입니다. 너무나 나를 기준으로 삼은 나머지, 나를 기준 삼은 것도 잊어버리고 내 생각을 절대화시키면 눈에 보이는 게 없어집니다. 이런 상태를 ‘아상’에 꽉 차 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내가 옳다’는 생각이 한풀 꺾이면 눈이 내리깔리고 고개가 숙여지고 허리가 숙여지고 무릎을 땅에 꿇고 이마를 땅바닥에 댑니다. 이마를 땅바닥에 댈 때는 ‘내가 잘못했다’는 뜻입니다. ‘나’를 내려놓고 ‘아상’을 버리는 것입니다.

몸을 굽히는 것이 쉬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만 먹으면 몸은 저절로 굽히게 됩니다. 그러나 마음을 굽히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잘 굽혀지지 않을 때는 마음을 굽히기 전에 몸이라도 먼저 굽히면 마음 굽히기가 조금 쉬워지기 때문에 몸이라도 먼저 굽히라고 하는 것입니다.

질문한 분이 ‘내가 무엇 때문에 절을 할까?’, ‘나는 참회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다른 표현으로 하자면 ‘내가 옳다’는 생각이 굉장히 강한 것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잘못했다는 의미를 잘 모르고 있는 겁니다. 우리는 보통 ‘내가 옳고, 너는 그르다’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우리는 ‘옳고 그르다, 또는 잘하고 잘못한다’는 분별심을 내지만 본래는 옳고 그름이 없음을 알아야 합니다. 옳다는 생각은 내가 나를 고집하면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나를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는 분별이 생깁니다.

『천수경』에 보면 ‘죄무자성종심기 심약멸시죄역망, 죄망심멸양구공, 시즉명위진참회(罪無自性從心起 心若滅是罪亦忘 罪忘心滅兩俱空 是卽名爲眞懺悔)’라는 구절이 나옵니다. 이 말은 ‘죄라고 하는 것은 본래 자성이 없다. 즉 스스로의 성품이 없다. 다만 어리석은 마음 따라 일어나는 것이다. 만약 이 어리석은 마음이나 무지로부터 벗어나면 죄 또한 사라진다’는 뜻입니다. 이런 이치를 깨달아 텅 빈 마음자리를 꿰뚫어 볼 때 그게 진짜 참회입니다. “본래 옳고 그른 게 없는 것인데 내가 그것을 모르고 상대방이 틀렸다고 생각하면서 미워한 것이 정말 잘못된 것이구나.” 이렇게 참회해야 하는 겁니다. 우리 중생들은 자기를 중심으로 해서 분별을 일으키기 때문에 찰나에 일어나는 일들이 다 참회할 것들입니다. 그것을 놓치기 때문에 다시 분별을 일으키고 괴로운 것입니다.

만약 찰나에 깨어있지 못하고 이것을 오래 붙들고 있으면 기억 속에 기록되어 카르마 즉, 업이 됩니다. 업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바위에 새긴 금과 같은 게 있고, 모래에 새긴 금과 같은 게 있으며, 물에 새긴 금과 같은 게 있고, 허공에 새기는 금과 같은 게 있습니다. 허공에는 금이 새겨지지 않습니다. 물에 새긴 금은 긋자마자 지워져버립니다. 텅 빈 마음에는 업이 생기지 않고, 찰나에 알아차리면 물에 새긴 금이 금방 사라지는 것과 같습니다. 업을 짓고 금방 참회하면 모래에 새긴 금과 같 이 금방 지울 수가 있습니다. 우리가 하루를 넘기지 않고 ‘아! 또 내가 사로잡혔구나!’ 이렇게 알아차리면 그것이 굳어서 업이 되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빨리 지워버리지 않고 하루를 넘겨 오래 붙들고 있으면 업이 되어 바위에 새긴 금과 같이 지워지지가 않습니다. 새로운 업이 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최소한 하루에 한 시간 정도는 참회정진을 해야 합니다. 매일 청소를 해서 때가 끼지 않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새로 마음 내어 해 보시기 바랍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966호 [2008년 09월 22일 1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