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동산

법륜스님 : 36. 남편을 무시하게 돼요

맑은 샘물 2011. 3. 1. 11:43

 

법륜스님 :  36. 남편을 무시하게 돼요

 

 

[지혜로운 삶] 남편을 무시하게 돼요

 

 

 

조급함은 결코 문제 해결에 도움 안 돼
무의식은 알아차림으로 조금씩 사라져
기사등록일 [2008년 11월 24일 17:17 월요일]
 

제 의식 세계는 남편을 이해하는데, 어떤 때에는 마음 깊숙한 곳에서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이 불쑥 생겨남이 알아차려 집니다. 그 마음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제가 답답합니다.

‘내가 남편을 무시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저 깊은 마음속에서는 늘 무시하고 외면하는 마음이 그대로 남아 있었구나’ 하고 내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그걸 자꾸 빨리 해결하려고 하는데 안 되니까 답답한 겁니다. 문제를 빨리 해결하려 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닙니다.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저절로 해결이 됩니다. 한 발 한 발 가면서 도달하는 거지 도달하고 싶다는 욕망만으로 도달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마음이 너무 앞서가고 있는 거예요. 그냥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이 내 마음 밑바닥에 있구나’ 하고 알아차리는 걸로 끝내세요.

잘못된 생각은 의지로 바꿀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 무의식은 의식 구조의 가장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에 의지로 바꾸지 못합니다. 그건 알아차림을 통해서 저절로 조금씩 사라져 가는 겁니다.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사라집니다. 마치 그늘지고 습한 곳에서는 아무리 닦아내도 곰팡이가 계속 피어나지만 햇빛이 쫙 비치면 닦아내지 않아도 저절로 사라지는 것처럼 알아차림이 지속되면 남편을 무시하는 마음은 저절로 사라집니다.

이 공부는 마치 양파껍질을 벗기는 것과 같습니다. 여러분들이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다가 공부를 좀 해 보니까 ‘아이고 내 고집이 참 황소고집이구나!’ 하고 깨달아서 그 생각을 바꾸게 되면 공부 다 된 줄 압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또 일정하게 공부를 해 보면 거기에 다시 ‘나는 어느 정도 수행이 됐다’는 아만이 자리를 잡아서 상대를 내려다보는 껍질이 또 있습니다. 그래서 그 껍질을 벗기고 나면 그 밑에 또 내려가고 또 내려가고 아직 한참 멀었습니다. 셀 수 없는 층이 있는 것이지요.

그러고 나면 이제 공부가 어느 정도 된 거 같은데, 이 정도면 공부가 됐다고 하지 않겠나 생각하면서 여러분들이 저한테 “스님 제가 공부 좀 됐습니까?”라고 묻습니다. 공부가 된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도달해야 할 목표점에서 보면 아직 출발점에 있는 거예요. 다음에 보면 또 엄청나게 큰 장애에 부딪혀서 또 넘어지고, 그러면서 공부가 하나도 안 된 것 같다고 생각하는데, 이 하나도 안 된 것 같은 상태는 사실은 공부가 됐기 때문에 지금 그 밑을 보는 상태입니다. 공부가 안 됐으면 자신이 공부가 하나도 안 됐다는 사실을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때는 뒷걸음질 치는 것처럼 생각되어도 뒷걸음질 치는 게 아니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인 경우가 있습니다. 저 아래에 있는 카르마가 위로 올라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오랜 세월 동안 지어온 업을 간단하게 청소하겠다는 과대망상을 갖지 마세요. 다만 알아차리고, ‘이런 의식도 있었구나! 이런 의식도 있었네?’ 하며 재미를 느껴야 합니다. ‘이제 봤더니 이런 아만이 밑에 웅크리고 있었네?’라며 자꾸 알아차리는 공부만 하면 됩니다.

빨리 청소하고 싶다는 생각은 인연법을 무시하는 생각입니다. 노력은 조금 하고 빨 리 성과가 나타나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게 안 되니까 가슴이 답답한 거예요. ‘내가 그래도 정토회 다닌 지 한 5년 됐는데 이 정도는 돼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자꾸 내세우니까 그렇게 안 되는 자신이 한심해지고 답답해지는 것입니다.

일정한 위치에 가겠다고 애써 마음을 내지 말고, 알아차림을 지속하면 자연스럽게 일정한 위치로 가게 됩니다. 다만 화두만 참구하면 되는데 자꾸 그걸 타파하려고 하니까 죽을 때까지 붙들고 괴로워하고 있는 것입니다.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975호 [2008년 11월 24일 17: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