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님은 어려움 속에 살아서인지 사납고 거칠어 세상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절에 다닌다고 사주가 바뀌느냐며 절에 가는 것도 반대합니다.
시어머니는 어려서 부모를 잃고 어렵게 자랐는데 결혼해서 남편까지도 잃었어요. 부모의 사랑도 받지 못하고 남편의 사랑도 받지 못해서 보호받지 못하고 살았기 때문에 억척스럽게 오직 생존의 본능으로 살았습니다. 부모로부터 보호받고 싶었고 결혼해서 남편으로부터 사랑받고 싶었던 마음이 너무나 간절했기 때문에, 아들을 낳아 키우면서 아들로부터도 뭔가 보상받고 싶은 심리가 강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분의 심리현상으로는 아들이 아들인 동시에 부모이고 남편입니다. 때로는 아들을 부모삼고, 때로는 아들을 남편삼고 살았기 때문에 그 아들에 대한 집착이 엄청납니다. 이런 것들을 잘 살피면 제일 불쌍한 사람이 시어머니고 제일 독한 것도 시어머니에요. 그 어린 나이에 결혼해서 남편 없이 아들 키우며 혼자 살아 온 억척스러움은 세상에 두려울 것이 없습니다. 두려워하고 벌벌 떨었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겠지요. 그러니까 막무가내입니다. 그러나 그런 막무가내가 될 수밖에 없었던 그 사람의 성장 배경이 있고 이렇게 아들을 남편삼아 살았던 그의 심리적 배경이 있었습니다.
이런 사람과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면 제일 나았겠지만 어차피 결혼해서 이미 인연을 맺었으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책임을 진다는 것은 그런 어머니를 이해하고 ‘우리 어머니, 참 불쌍하시다’하는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어머니가 아들을 끼고 도는 것을 이해해야 합니다. 그것을 가지고 시비하지 말고 상관하지 않는 마음이 되어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왜 저러냐? 괜히 결혼했다. 억울하다 분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인생을 살기 때문에 해결의 길을 찾지 못하는 겁니다. 이러한 조건에서 지금이라도 ‘안녕히 계십시오’하고 아무런 미련 없이 떠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할 바에야 오히려 시어머니를 불쌍하게 생각하세요. ‘어머니, 살아 있을 때 한번이라도 마음 편하게 사십시오.’ 이런 마음을 내주는 게 좋습니다.
그 다음, 현실적으로 가장 큰 피해자는 남편입니다. 이 억센 어머니와 억센 아내 사이에 끼어서 어머니는 이리 잡아당기고 아내는 저리 잡아당기니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사지가 지금 찢어지는 거예요. 사지가 찢어지니까 얼마 안 가서 병들어 죽을 위기로 가겠지요. 고부 사이에 끼어서 겪는 남자들의 심리적 고통은 거의 죽음에 준할 만큼 힘들거든요. 그래서 병들 수밖에 없어요.
인연의 도리를 보면 아내가 놓아버려야 합니다. 잡아당기는 내 손을 놓아버려야 해요. 이스라엘 솔로몬왕 시절에 한 아이를 놓고 두 엄마가 나타나서 서로 자기 아이라고 주장하는 일이 있었대요. 그래서 왕이 “그러면 아이를 반으로 잘라 각자 반씩 가져가라”고 하니까 친어머니가 놓아버렸어요. 이처럼 놓아버리면 남편도 살고 보살님도 살고 어머니도 살아요. 지금까지 그렇게 살지 못한 자신을 깊이 뉘우쳐 참회하고, 알지 못해서 한 행동들이 얼마나 사람들을 가슴 아프게 했는지 깊이 참회하고 놓아버리세요.
어떤 집에 가서 파출부 산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가 부인이다’는 주인행세를
하면 남편이 죽는 길밖에 없습니다. 탁 놓아버리고 이렇게 기도를 하면 다 풀립니다.
‘나는 이 집에 온 파출부다. 과거 생에 내가 빚을 많이 져서 빚 갚기 위해 이 집에 와서 일해주고 있다.’ 이렇게 생각하면 남편의 병은 낫고, 나도 편하고, 결과적으로 내가 이 집의 주인이 됩니다. 자기 생각에 빠지면 죽을 일만 생기지만 한 생각만 딱 바꾸면 살 길이 열립니다. 그런 시어머니 때문에 괴로워할 일도 없고 그런 남편 때문에 괴로워할 일도 없고 내 인생 내가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거예요.
법륜 스님 정토회 지도법사
981호 [2009년 01월 05일 1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