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다운 앞뜰

전세끼고 주택 매입하는 '갭투자' 주의보

맑은 샘물 2011. 8. 12. 21:33

전세끼고 주택 매입하는 '갭투자' 주의보

전세가 비율 높은 곳일수록 투자자들 몰리는 현상 가중
역전세난 발생시 피해 우려.. 세입자 피해 예방 나서야


#. 최근 아파트 매입을 위해 경기도 부천 중동의 한 공인중개소를 찾은 A씨는 공인중개사의 매입 만류에 부딪혔다. 현재 살고 있는 전세가격에 조금만 더 보태 집을 장만하려 했던 A씨는 "지난주에 지방에서 올라온 중년 부인들이 인근 아파트를 한명 당 많게는 10채씩 매입해 전세로 돌렸다. 가치가 높아서 물건이 없는 상태가 아니니 집값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공인중개사의 말을 듣고 매입를 보류했다.

#. 서울 신정동에 사는 B씨는 지난 1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바로 앞 동에 급매물이 나왔다는 말을 듣고 대출을 받아 '갭투자'를 강행했다. 매매가가 3억원인데 비해 전세가격이 2억7000만원에 달해 B씨가 당장 부담할 돈은 3000만원 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후 5개월 동안 해당 아파트 가격이 전혀 변동 없는 상태에서 이자만 내고 있는 B씨는 성급히 결정한 투자를 후회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전셋값 급등세가 계속되면서 전세를 끼고 주택을 매입하는 이른바 '갭투자 족'이 크게 늘고 있다.

특히 전세가 비율이 높은 곳일수록 이같은 투자자들이 몰리고 있어 자칫 역전세난이 발생하면 '깡통전세'로 인한 세입자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가 고위험성 지적에도 불구하고 계속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갭투자는 높은 전세가격을 이용해 최소한의 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내는 투자방식이다.

■"깡통전세 전락 위험도 감안해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펴낸 부동산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1.4분기 전국의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5%로 나타나는 등 전세가격 상승세가 계속되고 있다.

전세가율이 80%를 넘을 경우 무주택자가 주택을 매입할 가능성도 높아지지만 매매가와 전세가 차이가 줄어들수록 갭투자자들에도 좋은 기회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는 갭투자에 대해 전문가들은 '투기'라는 극단적 표현까지 써 가며 비정상적인 시장 질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고점을 찍은 것으로 분석되는 주택 가격이 하락할 경우 매매가 보다 전세가가 높아지는 역전세난이 발생할 수 있고, 여유자금 없이 매매가와 전세가의 차액만 가지고 투자한 사람들이 전세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어 '깡통전세'로 전락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2000년대 초반에도 전세 끼고 집을 사는 방식은 성행했는데 갭투자라는 용어가 만들어지면서 더욱 주목받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면서 "투자라곤 하지만 사실상 투기에 가깝다"고 직언했다. 박 위원은 이어 "전세 세입자의 자금을 무이자로 이용하는 매우 위험한 방법이다. 은행에서 빌려야 할 돈을 세입자에게 빌리는 꼴 아니냐"면서 "부동산 투자는 특히 미래가치를 보고 이뤄져야 하는데 바람직하지 못한 투자방법"이라고 말했다.

고준석 신한은행 PWM 프리빌리지 서울센터장도 "비교적 소액으로 할 수 있는 재테크지만 쉽게 권할 수 있는 투자방법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역세권 여부 등 교통조건 잘 따져봐야"

그러나 갭투자는 이처럼 전문가들의 우려가 계속 늘고 있지만 소자본으로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은 계속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갭투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지하철 역세권 등 편리한 교통조건을 갖추고 지어진 지 10년 내외, 3억원가량의 아파트의 경우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면서 "이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전세가 잘 빠질 수 있느냐를 고려하는 것인데 '나라면 이 집에서 살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면 판단이 가장 쉬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세입자들은 깡통전세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는 등 최악의 경우를 대비할 필요가 있다. 전세보증금 보증보험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경우 보증기관으로부터 전세금을 대신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 SGI서울보증의 전세금보장신용보험이 있다.

wonder@fnnews.com 정상희 기자

*갭투자는 높은 전세가격을 이용해 최소한의 자금으로 주택을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내고 되파는 투자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