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다스(Sudas)의 연꽃과 가섭존자의 염화미소(拈花微笑)
코끼리와 연꽃
선(禪)의 진짜 창시자는 붓다와 마하가섭이다.
그러나 마하가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를 곧잘 잊어버린다. 그는 그늘 속에 묻혀 버렸다. 그러나 그는 더없이 아름다운 사람이었다. 그는 더없이 우아한 사람이었다. 그가 어떻게 해서 선의 창시자가 되었는가를 그대는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날 바이샬리(Vaishali)에 사는 한 가난한 구두장이가 자기 집 연못에서 제철도 아닌데 피어난 연꽃 한 송이를 발견했다. 그는 무척 기뻐했다. 제철이 아닌 꽃이니까 아주 비싼 가격에 그것을 팔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것은 아름다운 연꽃이었다. 그는 그 연꽃을 가지고 궁전을 향해 걸어갔다.
그때 그 도시에서 가장 큰 부자 한 사람이 황금마차를 타고 다가왔다. 아름다운 연꽃을 보고서 부자는 마차를 세우게 한 뒤 구두장이 수다스(Sudas)에게 물었다.
“철 아닌 때에 피어난 그 연꽃을 그대는 얼마에 팔려고 하는가?”
가난한 수다스는 얼마를 받아야 할지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는 말했다.
“얼마를 주시든지 나에게는 충분합니다. 나는 가난한 사람입니다.”
그 부자가 말했다.
“너는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 마을 어귀의 망고나무 숲에 머물고 계시는 석가모니 붓다를 뵈러 가는 중이다. 나는 그 분의 발 아래 이 희귀한 연꽃을 바치고 싶다. 그분도 제철이 아닌 때 핀 이 연꽃을 보고 놀라워하실 것이다. 연꽃 값으로 너에게 금화 5백냥을 주겠다.”
수다스는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금화 5백냥이라는 돈은 꿈도 꾸어보지 못한 큰 액수였다. 마침 그때 왕이 탄 마차가 와서 멈추었다. 왕은 수다스에게 말했다.
“그 부자가 너에게 얼마를 주든지, 나는 그 돈의 네 배를 주마. 그러니 그 연꽃을 팔지 말고 기다려라.”
수다스는 이게 무슨 일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금화 5백냥도 어마어마한데 그것의 네 배를 주겠다니! 꽃 한송이에 금화 2천냥이다.
수다스는 왕에게 물었다.
“도대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그토록 이 연꽃을 갖고 싶어하십니까?”
그러나 부자 역시 쉽게 물러서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왕보다 더 부자였다. 사실 왕이 그에게 많은 돈을 빚지고 있는 상태였다. 부자가 말했다.
“그것은 옳지 않습니다. 당신은 왕이지만, 그런 식으로 하시면 지금 우리는 경쟁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수다스에게 말했다.
“나는 왕이 부르는 값의 네 배를 주겠다.”
그런 식으로 왕과 부자는 네 배씩 꽃값을 올려 나갔다. 마침내 수다스는 금액이 얼마인지 따라잡을 수도 없었다. 그 가난한 사람은 산수 실력도 뛰어나지 않았다. 금액은 그가 계산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버렸다. 그러나 그는 문득 한 가지 사실을 이해했다. 그는 두 사람 사이에 뛰어들어 말했다.
“잠깐 기다리십시오, 나는 연꽃을 팔지 않겠습니다.”
그러자 두 사람 다 놀라서 물었다.
“뭐가 문제인가? 너는 더 많은 돈을 원하는가?”
수다스가 말했다.
“가격이 얼마까지 올라갔는지도 나는 모릅니다. 그리고 나는 더 원하지도 않습니다. 내가 이 꽃을 팔지 않으려는 것은 다른 이유 때문이 아닙니다. 두 분께서 서로 붓다에게 이 연꽃을 바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나는 그 분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지만 방금 그 분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두 분께서 어떤 금액을 지불해서라도 그 분에게 이 꽃을 바치려고 하니 나 또한 이런 기회를 놓칠 수가 없습니다. 내가 직접 이 연꽃을 붓다에게 선물하겠습니다. 그러면 아마도 그 분은 두 배로 놀라워하실 것입니다.”
계산하기도 힘든 금액을 제시받았지만, 한 가난한 남자는 그것을 거절했다.
수다스는 붓다를 찾아갔다. 그 전에 먼저 왕과 부자가 그곳에 도착해 사람들에게 연꽃 사건의 자초지종을 전했다.
“한 구두장이가 우리를 놀라게 만들었습니다. 한 구두장이한테 우리가 지고 말았습니다. 그는 어떤 금액을 제시해도 그 연꽃을 팔기를 거부했습니다. 나는 전 재산을 주고서라도 그것을 살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때 수다스가 걸어서 그곳에 도착했다. 그는 붓다 앞에 와서 절을 한 뒤 그의 발 아래 연꽃을 바쳤다.
붓다가 말했다.
“수다스여, 그대는 그들의 제의를 받아들였어야 한다. 그들은 그대에게 많은 돈을 주었을 것이다. 나는 그대에게 아무것도 줄 것이 없다.”
수다스의 눈에 눈물이 흘렀다. 그는 말했다.
“당신께서 이 연꽃을 손에 들고만 계신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그것은 왕국 전체보다 더 큰 것입니다. 그것은 부자의 모든 보물보다 더 가치 있는 것입니다. 나는 가난하지만 괜찮습니다. 내 생계는 그럭저럭 꾸려나갈 수 있습니다. 나는 부자가 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 일은 앞으로 수세기 동안 하나의 역사적 사건으로 기억될 것입니다. 사람들이 당신을 기억하는 한 이 수다스도 기억될 것이고 내가 바친 이 연꽃도 기억될 것입니다. 당신께서는 다만 이 연꽃을 손에 들고만 계십시오.”
붓다는 그 연꽃을 손에 들었다. 그때는 아침 시간이었고, 붓다의 아침 설법이 막 시작될 무렵이었다. 모두가 그의 설법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붓다는 아침 설법을 시작하는 대신에 그 연꽃만 쳐다보고 있었다.
시간은 흘러서 한 시간이 지났다. 사람들은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생각했다.
‘무슨 일일까? 저 연꽃은 신통력이 있는 꽃인가 보다. 붓다께서는 연꽃만 보고 계시지 않는가?’
그 순간 붓다의 제자들 중의 한 사람인 마하가섭이 문득 미소를 지었다.
마하가섭은 결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 사건 이전이나 이후에 어떤 경전에도 그에 대한 언급이 나와 있지 않다. 마하가섭이 문득 미소를 짓자 붓다는 그를 불러 그에게 연꽃을 건네 주었다. 그리고 나서 붓다는 말했다.
“나는 이 연꽃을 그대에게 주지만 단순히 연꽃만을 주는 것이 아니다. 나는 나의 모든 향기와 빛을 나의 모든 깨달음을 그대에게 전하노라, 이것은 침묵 속의 전달이다. 이 연꽃은 하나의 상징이다.”
이것이 염화시중(拈花示衆)의 미소로서 선의 시작이다.
사람들은 마하가섭에게 물었다.
“도대체
무슨 일입니까? 우리는 거기에 있었고, 그 장면을 모두 지켜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연꽃이 당신에게 전해지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볼 수가 없었습니다. 당신은 연꽃을 받은 뒤에 붓다에게 절을 하고 나서 당신의 자리로 돌아와 눈을 감고 앉았습니다. 무슨 일이 오간 겁니까?”
마하가섭은 오직 이 한마디만 말했다고 전해진다.
“그대들은 나의 스승에게 직접 물어보라. 그가 살아있는 한 나는 어떤 대답도 할 권리가 없다.”
그리고 석가모니 붓다는 말했다.
“이것이
새로운 시작이다. 내 모든 체험을 문자 없이 전달하는 새로운 시작이다. 그것을 전해 받은 사람은 가슴을 열고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 마하가섭은
미소를 통해 자신의 받아들이는 자세를 나타내 보였다. 그대들은 그가 왜 웃었는지 알지 못한다.
그는 그 순간에 문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았고
자신 역시 부처라는 사실을 발견했기 때문에 웃은 것이다. 나는 그것을 인정하는 의미에서 연꽃을 그에게 주었다.
‘나는 그대의 깨달음을 인정한다’는 의미인 것이다.”
바로 이 사람 마하가섭이 선의 창시자가 되었다. 마하가섭과 붓다 사이에서 일어난 이 상황으로부터 선의 큰 강물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달마대사는 너무도 강한 개성을 지녔기 때문에 그가 거의 선의 창시자인 양 인식되곤 한다.
그는
마하가섭보다 1천 년이나 늦게 세상에 나왔다. 그러나 그는 말재주가 비상했고, 보살도 실천의 기수였다. 그는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말할 수
있었다.
그는 말로서 말없는데 이르게 했다. 그는 온갖 방법과 수단과 방편을 찾아내 그대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고 그대 자신의 본성을 일깨운다. 마하가섭도 오직 자신의 본성을 깨달은 것이다.
아무것도
그에게 전해진 것은 없었다. 그것은 단지 스승으로부터의 인가였을 뿐이다.
스승은 제자에게 마지막 인가 외에는 그 무엇도 줄 것이 없다. 제자는 이미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다. 단지 자신을 들여다보도록 스승이 약간의 방법으로 제자를 속이면 된다. 모든 명상법은 단지 자신을 들여다보기 위한 인위적인 방편에 불과하다. 한번 그대가 자신을 들여다보면 스승은 그대에게 인가를 내릴 것이다.
- <누가 불두에 황금똥 쌌나>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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