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하다 급해"
한 스님이 ‘급하다 급해’ 하셨는데…
문) 옛부터 전해져오는 이야기에 대해 여쭙겠습니다. 마곡사에 한 노스님이 계셨는데 평소에 늘 입버릇처럼 “급하다 급해” 하셨고 가끔 방에서 대변을 보아 사방 벽에 문지르는 기행을 보이셨습니다. 노스님 다비식 때 시봉스님이 그 일을 생각하고 혼잣말로 “스님 지금도 급하십니까?” 했더니 불속의 노스님께서 주먹을 불쑥 내밀며 호령하시기를 “급하다 이놈아!” 하셨답니다. 노스님께서는 무엇을 일깨우고자 하심입니까?
- 충남 공주시 신관동·최용호 -
답) 이왕 공부길에 들어섰으면 삼천대천세계를 다 집어삼키는 자유자재권을 거머쥐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느 스님께서는 이 공부가 머리에 불 붙은 것을 끄는 것과 같다는 비유를 하셨습니다. 그러니 얼마나 급한 일입니까?
그런데도 노스님 보시기에 제자들은 한가하게 세월만 보내고 있으니 어느 겁에 이 공부를 마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셨을 테고, 저러다가는 부처님의 은혜를 갚기는 커녕 억겁을 두고 육도윤회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셨겠지요. 그러니 어찌 “급하다 급해” 하지 않으실 수 있었겠습니까? 노스님의 입버릇엔 자비가 철철 넘쳐흐르는군요.
또 대변을 사방 벽에 처바르신 것은 회향하는 도리를 일러주신 우레 같은 법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서 빨리 공부해서 삼천대천세계를 삼켜야 하고 삼켰으면 소화해서 다시 내놓는 경지를 터득해야 하느니라 하는 가르침인 것입니다. 말하자면 이 도리를 깨닫고 나서는 중생에게 이익 되게 회향해야만 할 일을 마치는 게 된다는 말씀이죠.
그렇듯이 마음도리를 깨우치고 회향할 줄 알아야 하니 이 일이 얼마나 급한 일이겠습니까? 삼키는 일도 급하고 삼키고 나서 되 내놓는 일도 급하고 급합니다.
ㅡ 대행스님의 <생활 속의 불법 수행>(여시아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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