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설화

갈대 잎을 탄 달마대사

맑은 샘물 2015. 6. 25. 13:40

갈대 잎을 탄 달마대사








달마대사는 본래 남인도 사람입니다. 아버지는 남인도 향지 나라의 왕으로 불법을 숭상하며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푸는 훌륭한 왕이셨지요. 왕에게는 아들이 셋 있었는데, 막내인 보리다라가 훗날의 달마 대사이십니다. 어렸을 때부터 매우 총명하고 아름다웠던 보리다라 왕자는 아버지이신 향지 나라의 왕이 세상을 떠났을 때도 결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요. 아버지의 시신 앞에서 칠일간이나 가만히 선정(禪定)에 드셨다 깨어난 뒤, 그 무렵 인도 최고의 도인이라 칭송 받고 있던 반야다라 존자의 제자가 되었답니다.

            스승 반야다라 존자는 보리다라 왕자에게

            “그대는 이미 모든 법을 다 깨달았다. 이제 그대를 달마라 부르리라. 달마라 함은 크게 다 통달하였다는 뜻이다.”

            이리하여 보리다라 왕자는 보리달마라 불리게 되었고, 사람들은 줄여서 달마대사라고 부르게 되었지요. 보리달마는 스승께 물었습니다.

            “스승님, 제자가 이미 부처님의 법을 깨달았다면 이제 어디로 가서 가르침을 펴오리까? 일러주옵소서.”

            “우선 남인도에 머물러 정진하다 내가 열반에 들고 난 후 예순 일곱 해가 지나면 동쪽에 있는 나라로 가거라. 그곳에서 뛰어난 수행자들을 직접 가르치도록 하라. 행여 너무 빨리 떠나서 도리어 불법의 꽃잎이 피기도 전에 햇볕에 시드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 나라에 큰 인연이 있겠습니까?”

            “깨달음을 얻는 이가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러나 그 나라의 남쪽에는 머물지 말라. 그곳 사람들은 공덕만을 좋아하여 부처님의 참된 가르침을 바르게 보지 못하리라. 가더라도 오래 머물지 않도록 명심해야할 것이다.”

            반야다라 존자가 열반(涅槃)에 들고 예순 일곱 해가 지나기를 기다려 달마 대사는 스승의 뜻을 받들어 동쪽으로 갔습니다.

 

            마침내 달마대사가 먼저 도착한 곳은 중국의 남쪽 땅 양 나라였지요. 당시 중국에는 오백년 전에 이미 불법이 전파되어 널리 퍼져 있었답니다. 양 나라의 국왕 무제는 일찍이 불교에 귀의하여,  많은 사찰을 짓고 교육기관도 세웠으며 스님들을 잘 받들어 부처님의 가르침이 온 중국에 널리 퍼지도록 힘쓰던 불심이 아주 깊은 분이었지요.  그래서 무제는 높은 수행으로 큰 깨달음을 얻은 달마대사가 인도에서 건너왔다는 소문을 듣자, 궁궐로 모셔와 다음과 같이 물었습니다.

            “대사님의 도력은 소문으로 들어서 알고 있소. 짐이 왕위에 오른 후 오늘날까지 수많은 절을 짓고 탑을 쌓았으며 많은 스님들을 길러 내고 받들어 왔는데, 짐의 이러한 공덕이 과연 얼마나 되겠오?”

            자신이 불교를 위해 지금껏 노력해온 것을 인정받고 싶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양 무제에게 되돌아온 달마대사의 대답은 충격적인 것이었지요.

            “아무 공덕도 없습니다.”

            양 무제는 놀라며 되물었습니다.

            “어찌하여 공덕이 없단 말이오?”

            “진정한 공덕은 자신이 절을 짓고 탑을 쌓아 공덕을 크게 지었다는 생각 자체가  없어야 합니다. 왕께서는 자신의 공덕을 자랑하며 인정받고 싶어하니 무슨 참된 공덕이 되겠습니까?”

            “그렇다면 대체 참된 공덕이란 게 무엇이오?”

            “참된 공덕이란 깨끗하고 맑은 지혜입니다. 그것은 오묘하고 원만하여 본래 비어있고 고요하니, 세상사람들이 하는 방법으로는 구하지 못합니다.”

            양 무제는 달마 대사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지요. 다른 수많은 스님들이 한결같이 자신의 공덕을 찬탄하고 칭송했는데, 인도에서 온 달마라는 얼굴마저 검은 이  스님은 어찌하여 자신에게 아무 공덕도 없다 하는 건지, 양 무제는 참기 힘들었지만 침착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대는 누구인가?”

            “모르옵니다.”

            달마대사는 이 한 마디를 남기고 유유히 돌아서 나갔습니다. 양 무제와는 인연이 아님을 느끼고, ‘남쪽에 머물지 말라’하신 스승의 말씀이 떠올라, 달마대사는 양자강 너머 북쪽의 위나라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달마대사가 설해준 준 참된 공덕의 의미를 깊이 헤아리지 못한 양 무제는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크게 놀림을 당하고 말았다는 느낌에, 신하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끝내 분통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병사들을 보내 당장 달마대사를 잡아들이도록 하였지요  

달마대사가 양자강 어귀에 접어들었을 때 어디선가 한 떼의 군마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황급히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것을 알아챘습니다.  

            순간 달마 대사는 강둑에 피어난 넓직한 갈대 잎을 하나 꺾어 강물에 띄운 뒤. 몸을 날려 사뿐히  위에 올라섰습니다. 막 도착한 양 무제의 군마들은 강물에 막혀 강둑에서 서로 뒤엉켜 버렸습니다.  병사들은 저만치 강물 위를 재빠르게 미끄러져 가는 갈대 잎 위에 선 달마대사의 뒷모습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을 뿐이었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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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불교인드라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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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法水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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