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꽃 목걸이

백유경 71~80

맑은 샘물 2010. 5. 17. 23:44

백유경 71~80

 

 

 

 

 

 

 

 

 

 

 

 

 

 

 

 

 

 

 

 

 

 

 

 

백유경

 

 

  

 

71. 두 아내 때문에 실명한 남자



옛날 어떤 사람에게 두 명의 부인이 있었다. 그런데 한 부인을 가까이 하면 다른 한 부인이 화를 내기 때문에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그 사람은 두 아내 중간에 몸을 누이고 자기로 약속하였다.

마침 큰비가 내렸다. 집이 새어 물과 흙이 한꺼번에 내려와 그의 눈에 떨어졌다.

그러나 이미 한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감히 일어나 피하지 못하고 마침내 실명하고 말았다.



세상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삿된 벗을 가까이하여 법이 아닌 것을 익히고 번뇌의 업을 짓다가, 세 갈래 나쁜 길에 떨어져 항상 생사에 살면서 지혜의 눈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남편이 두 아내 때문에 두 눈을 잃는 것과 같다.





72. 입이 찢어진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처가에 갔다가 쌀 찧는 것을 보고 쌀을 훔쳐 한 입 넣었다. 그 때 아내가 와서 그에게 말을 하였다. 그러나 남편은 입에 쌀이 가득 찼으므로 대답하지 못했다.

아내는 그가 말하지 않는 것을 이상히 여겨 손으로 어루만져 보고, 분명히 입안에 종기가 났다고 생각하고는 그 아버지에게 말하였다.

"저의 남편이 오자마자 갑자기 입안에 종기가 나서 도무지 말을 하지 못합니다."

그 아버지는 곧 의사를 불러 고치게 하였다. 의사가 그의 입을 살펴보고 나서 말했다.

"이 병은 매우 중한 병입니다. 칼로 입을 째야 됩니다."

의사는 곧 칼로 입을 쨌다. 그 순간 쌀이 쏟아져 나와 그만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온갖 악행을 짓고 깨끗한 계율을 범하고도 허물을 숨겨 두어 드러내기를 좋아하지 않다가 끝내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에 떨어진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조그만 창피 때문에 쌀을 토하려 하지 않아 칼로 입을 째어 그 허물이 드러나고 만 것과 같다.





73. 거짓말의 결과



옛날 어떤 사람이 검은 말을 타고 전쟁터로 나아갔다. 그러나 적이 두려워 감히 싸우지 못하였다.

그래서 얼굴에 피를 바르고 거짓으로 죽은 것처럼 꾸며 죽은 사람들 속에 누워 있었다.

그가 탔던 말은 다른 사람이 가져갔다.

군사들이 모두 떠나자, 그도 흰 말꼬리를 베어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집으로 돌아왔을 때 옆 사람이 그에게 물었다.

"네가 탔던 말은 지금 어디에 있기에 걸어오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내 말은 전쟁터에서 죽었다. 그래서 그 꼬리를 가지고 왔다."

옆 사람이 말하였다.

"네 말은 본래 검은 말인데 왜 흰 꼬리인가?"

그는 잠자코 대답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를 비웃었다.



세상 사람들도 그와 같다.

스스로 인자한 마음을 잘 닦아 행하므로 술이나 고기를 먹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중생을 살해하고 온갖 고통을 주면서 망령되이 착하다고 한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말이 죽었다고 거짓말하는 것과 같다.





74. 거짓으로 목욕한 브라만



옛날 어떤 국왕이 새롭게 법을 제정하였다.

"어떤 브라만도 이 나라 안에서는 몸을 깨끗이 씻어야 한다. 만일 깨끗이 씻지 않은 사람이 있으면 갖가지 괴로운 일을 하게 하리라."

그 때 어떤 바라문이 빈 물통을 들고 '깨끗이 씻었다'고 거짓으로 말하였다. 옆 사람이 그 물통에 물을 부어 주었다. 그러자 그는 그것을 쏟아 버리면서 말하였다.

"나는 깨끗이 씻지 않아도 좋습니다. 왕이나 깨끗이 씻으소서."

그는 깨끗이 씻었다고 하지만 사실은 씻지 않았던 것이다.



집을 떠난 범부도 그와 같다.

머리를 깎고 물들인 옷을 입고 속으로는 계율을 범하면서도 겉으로는 계율을 잘 지키는 체 꾸미는 것은, 자기의 이익을 바라고 또 왕의 노역을 피하려는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슈라마나와 같지만 속으로는 속이는 것이니 마치 빈 병을 들고 겉모양만 꾸미는 것과 같다.





75. 낙타와 독을 모두 잃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독 속에 곡식을 가득 담아 두었다. 하루는 낙타가 독에 머리를 넣고 곡식을 먹다가 그만 머리를 빼지 못하고 다 죽게 되었다. 그래서 그는 걱정을 하고 있었다.

어떤 노인이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걱정하지 말라. 너에게 방법을 가르쳐 주리라. 만일 내 말대로 한다면 반드시 빨리 구해 낼 것이다. 너는 저 낙타의 머리를 베어라. 그러면 저절로 나오게 될 것이다."

그는 곧 그 말대로 칼로 낙타의 머리를 베었다. 그러자 그만 낙타도 죽고 또 독도 깨져 버렸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어리석은 범부도 그와 같다.

마음으로 깨달음을 바라고 뜻으로 삼승(三乘)을 구하려면 마땅히 계율을 지키고 온갖 악을 막아야 하겠거늘 다섯 가지 욕심 때문에 깨끗한 계율을 깨뜨린다.

이미 계율을 범하였으므로 삼승을 버린 것이다. 그래서 어떠한 악도 짓지 않음이 없으니 삼승과 깨끗한 계율을 모두 버리게 된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낙타와 독을 한꺼번에 잃은 것과 같다.





76. 공주를 사모한 농부



옛날 어떤 농부가 도시를 거닐다가 그 나라 공주의 얼굴을 보았다. 그래서 밤낮으로 사모하여 쌓이는 그리운 정을 막을 수가 없었다.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어떻게 할 길이 없어 결국은 얼굴빛이 노래지면서 중한 병이 들었다.

여러 친척들은 그것을 보고 물었다.

"왜 그렇게 됐느냐?"

그는 대답하였다.

"나는 지난번에 공주의 아름다운 얼굴을 보고 서로 정을 통할 것을 생각하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그만 병이 되었습니다. 만일 내가 이 뜻을 이루지 못하면 틀림없이 죽을 것입니다."

친척들은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좋은 방법을 써서 그를 얻도록 할 것이니 걱정하지 말라."

그 뒤에 그들은 다시 와서 그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너를 위해 일을 되게끔 하였다. 다만 공주가 정을 통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그는 이 말을 듣고 웃으면서 말하였다.

"틀림없이 될 것이다"고.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도 그와 같다.

춘, 하, 추, 동 시절을 분별하지 않고, 겨울에 종자를 뿌려 그 열매를 얻고자 한다면, 온갖 공만 헛되고 아무 소득이 없을 것이니, 싹이나 줄기나 가지나 잎을 모두 잃게 될 것이다.

세상의 어리석은 사람들은 조그만 복을 짓고, 모든 것을 갖추었다고 생각하며, 또 깨달음을 이미 증득하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농부라 공주를 바라는 것과 같다.





77. 나귀의 젖을 짜 마신 사람들



옛날 변방에 있는 사람들은 나귀를 알지 못하고 다만 다른 사람들이 '나귀의 젖은 매우 맛있다'라고 하는 말만 들었을 뿐이었다.

그 때 그들은 수나귀 한 마리를 얻어 그 젖을 짜려고 서로 다투어 붙잡았다. 그 중에 어떤 이는 머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귀를 붙잡고 어떤 이는 꼬리를 붙잡고 어떤 이는 다리를 붙잡았다.

또 어떤 이는 그릇을 들고 먼저 젖을 짜 마시려고 하였다.

그 중에 어떤 이가 나귀의 생식기를 붙잡고

"이것이 젖이다"고 외쳤다.

그들은 그것을 짜면서 젖을 얻기를 바랐다. 그러나 그들은 지치기만 하고 아무것도 얻지 못하였고 한갓 수고만 하였다. 그리하여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았다.



외도의 범부들도 그와 같다.

도(道)라는 말을 듣고는 구할 곳에서 구하지 않고, 망령되이 잡생각을 내고 갖가지 삿된 소견을 일으켜 발가벗기도 하고 스스로 굶기도 하며 혹은 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거나 불에 몸을 던지기도 한다. 그리하여 삿된 소견으로 나쁜 길에 떨어지는 것이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망령되이 나귀 젖을 구하는 것과 같다.





78. 아버지와 아들의 약속



옛날 어떤 사람이 밤에 그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일 아침에 너와 함께 저 마을에 가서 거기 있는 것을 가져오자."

아이는 그 말을 듣고 이튿날 아침 아버지에게 묻지도 않고 혼자서 그 마을로 갔다. 그 곳까지 가자 몸은 극히 피곤하였고 아무 소득이 없었다. 또 밥을 먹지 못해 주리고 목말라 거의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바로 집으로 돌아와 아버지를 찾았다.

아버지는 아들이 오는 것을 보고 매우 나무랐다.

"이 미련하고 무지한 것아, 왜 나를 기다리지 않고 공연히 갔다 왔다 하여 한갓 수고만 하고, 모든 세상 사람들의 비웃음을 받느냐?"



범부들도 그와 같다.

비록 집을 떠나게 되어 머리와 수염을 깎고 법복을 입더라도 밝은 스승을 찾아 배우지 않고, 온갖 선정과 도품의 공덕을 잃고 수행의 묘한 결과를 모두 잃어버린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헛되이 갔다 왔다 하면서 스스로 지치기만 하는 것처럼, 형상은 비록 슈라마나 같더라도 실은 아무 소득이 없다.





79. 서른 여섯 개의 상자를 짊어진 신하



옛날 한 왕이 무우원(無憂園)에 들어가 즐겁게 놀기 위하여 어떤 신하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궤짝 하나를 들고 저 동산으로 가서, 내가 앉아 쉴 수 있게 하라."

신하는 남 보기에 창피스러워 들려고 하지 않고 왕에게 아뢰었다.

"저는 들 수가 없습니다. 지고 가겠습니다."

그래서 왕은 곧 서른 여섯 개의 궤짝을 그의 등에 지우고 그를 재촉하여 동산으로 갔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여자의 털 하나가 땅에 떨어진 것을 보고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계율을 지킨다"고 하며 그것을 집으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그 뒤에 번뇌에 홀리어, 서른 여섯 가지 물건, 즉 털, 손, 발톱, 이, 똥, 오줌 따위의 더러운 것도 더럽다 하지 않는다.

그리하여 서른 여섯 가지 더러운 물건을 한꺼번에 전부 붙잡고도 부끄러워하는 생각이 없이 죽을 때까지 놓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궤짝을 지는 것과도 같다.





80. 엉뚱한 약을 먹은 사람



옛날 어떤 사람이 변비가 심하였다. 의사가 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관장을 하여야 나을 것이다."

그 사람은 관장할 준비를 하고 관장하려 했다.

의사가 오기 전에 그 사람은 약을 먹고서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이 어쩔 줄 몰라 했다.

의사가 그 까닭을 이상히 여겨 그에게 물었다.

"왜 그러는가."

그는 대답하였다.

"아까 그 관장약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배가 불러 죽을 것 같습니다."

의사는 그 말을 듣고 매우 나무라면서,

"너는 너무 어리석어 아무 방편도 모르는구나."

그리고는 곧 다른 약을 먹여 토하게 한 뒤에야 나았다. 그리하여 이 어리석은 사람은 세상 사람의 웃음거리가 되었다.



범부들도 그와 같다.

선관(禪觀)의 갖가지 방법을 닦으려 할 때 부정관(不淨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수식관(數息觀)을 익히고 수식관을 익혀야 할 것을 도리어 육계(六界)를 관한다. 그리하여 위, 아래를 뒤바꿔 근본이 없이 한갓 신명만 허비하여 그 때문에 지치게 된다.

좋은 스승에게 묻지 않고 선법(禪法)을 뒤바꾸어 보는 것은 어리석은 사람이 더러운 것을 먹는 것과 같다.




 

 

 

 

 

 

 

 

 

오늘도 즐겁고 행복한 날 되세요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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