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과 설화

조과선사와 백낙천

맑은 샘물 2015. 6. 25. 13:43

조과선사와 백낙천






당나라의 백낙천은 유명한 시인이자 뛰어난 정치가였습니다. 본래 학식과 견문이 뛰어난 데에다 벼슬이 높아지자 자만심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백낙천이 항주 지역을 다스리는 자사로 부임하게 되었는데 그 근처에는 마침   조과선사라는 당대의 이름난 고승(高僧)이 살고 있는 곳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지식과 말주변에 있어서 백낙천을 따라올 자가 아무도 없었답니다.  백낙천은 조과선사를 시험해 볼 양으로 선사가 머물고 있는 절을 찾아갔지요.

           조과선사는 청명한 날이면 소나무에 올라앉아 좌선을 하곤 하셨는데, 그날도 나무 위에서 좌선을 하고 계셨습니다.  이를 본 백낙천이 불안하여 조과선사를 올려다 보며 말했습니다.

 

           “선사님, 몹시 불안하고 위험해 보이십니다. 내려오시지요.”

           이 말을 들은 조과선사가 말씀하셨습니다.

           “자네가 더 위험하네.”

            “저야 벼슬이 이미 자사에 올랐고, 또 이렇게 안전한 땅을 밟고 있는데 무엇이 위험하다는 말씀이오?”

           백낙천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대꾸를 했습니다. 선사께서는 백낙천의 학문과 벼슬에  대한 자만심이 대단한 것을 이미 알고서, 그의 교만함을 꾸짖고 깨우치기 위하여 다음과 같이 말씀 하셨습니다.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드높고, 번뇌와 욕망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이 어찌 위험하지 않은가?”

           백낙천은 자신의 마음을 꿰뚫는 듯한 선사의 눈매와 자사라는 자신의 벼슬 앞에서도 조금도 주저함 없이 당당히 할 말을 다하는 선사의 태도에 그만 기가 눌려버렸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선사를 시험하고자 했던 마음을 바꾸어, 공손하게 가르침을 청하였습니다.

           “제가 평생 가슴에 담고 살아갈 법문을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

           조과선사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나쁜 짓 하지 말고

           착한 일 받들어 행하라

           자기의 마음 맑히면

           이것이 부처의 가르침이다

 

           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백낙천은 실망하여 대답했습니다.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거 아닙니까?”

             조과선사는 침착한 어조로 다시 말씀하셨습니다.

           “삼척동자도 알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네.”

           이 말을 들은 백낙천은 그제야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달았습니다. 알고 있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쓸모가 없다는 것과, 모든 앎은 실천하여 생활화하지 않으면 교만과 번뇌만 더 할뿐 진리의 길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당대의 시인 백낙천은 그 후로 조과선사에게 귀의하여 부처님의 진리를 배워 나갔습니다. 오늘 날 까지도 전해오는 그의 많은 명문(名文) 시구(詩句)들은 이러한 지행합일(知行合一)의 깨달음에서 나온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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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法水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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