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의 향기

신심명 읽기 2.

맑은 샘물 2010. 11. 22. 00:10

 

 

 

독선(讀禪) - 신심명 읽기 2.

김태완


바로 이 마음뿐이다

시계, 사랑, 가려움, 민주주의 등과 같이, 말에는 반드시 이 말이 가리키는 대상이 사물, 감정, 느낌, 관념 등으로 그 말과는 전혀 무관하게 따로 있다. 우리는 어릴적 말을 익힐 때부터 말을 내 스스로가 하고 있으면서도 그 말의 소리에 따라 바깥의 대상 사물을 연상하여 따라가는 연습을 해 왔다. 그리하여 우리는 배우고 익힌대로 이러한 말을 들으면 저러한 대상이 곧 의식에 떠오른다. 우리가 자신을 잊어버리고 말을 따라 대상을 따라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것이 바로 헛된 망상에 빠진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잊고 사물을 쫓아 다니는 것이 바로 허망한 것이다.

허망함을 극복하고 진실하게 되는 것은 바로 사물을 쫓지 않고 자신의 존재를 잊지 않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우리는 마음이라고 말한다. 마음을 잊지 않고 사물을 쫓지 않는 것이 바로 선(禪)이다. 마음은 허공과 같아서 마음이라는 말에는 이 말에 해당하는 대상 사물이 따로 없다. 오직 지금 이 자리에서 '마-음-'하고 말하는 것이 말이자 동시에 마음 그 자체이다. 그 밖에는 아무 것도 없다. 마음이라는 말에 해당하는 무엇이 있다고 하면 그런 것은 모조리 망상일 뿐이다. 망상에 속지만 않는다면, '마-음-'이라는 말 그대로가 바로 마음이다. 나아가 '마음'이라 하든 '물질'이라 하든 '중생'이라 하든 '부처'라 하든 '마삼근'이라 하든 '마른 똥막대기'라 하든 아무 차별 없이 그 즉시 모두가 다만 이 마음일 뿐이다. 한결같이 진실인 것이다.


<신심명>

털끝 만큼이라도 차이가 있으면,(毫釐有差)

숨김 없고 막힘 없이 밝고 분명한 여기에 문득 의식의 그림자가 드리우니, 밝은 대낮에 갑자기 어두운 밤이 찾아온 것과 같다. 그리하여 맨눈으로 보면서도 의식으로 그린 그림을 더 진실하게 여기고, 맨귀로 들어면서도 의식으로 그린 소리를 더 소중하게 여기고, 맨손으로 만지면서도 의식으로 그린 행위만을 알고 있고, 본래 모양 없이 맑은 마음이 움직이는 데에서 생각만을 따라다닌다. 그러니 손에 과자를 쥐고 있으면서도 그림 속의 과자만을 보면서 울고 있는 아이와 무엇이 다르랴?

하늘과 땅처럼 멀어진다.(天地懸隔)

지금 보고 있는 글자가 어디에서 나타나고 있는가? 종이 위에 드러나 있는 글자를 내 눈이 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생각이 바로 진실과는 하늘과 땅 만큼 벌어져 있는 것이다. 지금 보는 행위는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고, 읽는 행위는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고, 어디에서 일어나는지를 생각하는 행위는 어디에서 일어나고 있는가? 일어나는 곳을 안다면, 보이는 사물마다에서, 들리는 소리마다에서, 잡히는 물건마다에서, 떠오르는 생각마다에서 바로 그 진실한 자리를 확인하리라.

도가 앞에 나타나길 바란다면,(欲得現前)

도는 내가 바란다고 나타나고 바라지 않는다고 나타나지 않는 그러한 것이 아니다. 바라는 곳에 이미 도가 있고, 바라지 않는 곳에 이미 도가 있다. 도가 아니라면 어떻게 바라는 일이 일어날 것이며, 도가 아니라면 어떻게 바라지 않는 일이 일어날 것인가? 도는 바람에도 바람 없음에도 속하지 않는다. 바람도 없고 바라지 않음도 없을 때에, 그윽하고 어떻게도 할 수 없는 밝은 빛이 있다.

따라가거나 거스르지 말라.(莫存順逆)

물이 흐른다. 물결을 따라가거나 거슬러 올라가 보라. 한 없이 흘러가고 한 없이 거슬러 간다. 그러나 따라가는 바로 그 자리를 주의 깊게 살펴보고, 거스르는 바로 그 자리를 진실하게 느껴보라. 늘 물일 뿐이고 흘러가거나 거스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따라가고 거스름은 아래와 위를 분별하고 가고 옴을 나누는 곳에 있지만, 나누고 분별함이 일어나는 그 자리에는 따라가거나 거스름이 없다.

어긋남과 따라감이 서로 다투는 것,(違順相爭)

나누고 분별함이 일어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누고 분별함만 알 뿐, 나누지도 않고 분별하지도 않는 것이 있음을 알지 못한다면, 갈등할 것이다. 따라가는 바로 이 순간 '따-라-감-'은 모양 없는 물이 물결치며 추는 춤이요, '거-스-름-'은 모양 없는 허공이 울리는 메아리이다. 물결이 바로 물이요, 메아리가 바로 허공인데, 어디에 서로 다툼이 있는가? '다-툼-'과 '조-화-'에 무슨 차이가 있는가? 다-툼-·조-화-가 다만 한결같을 뿐이다.

이것이 마음의 병이다.(是爲心病)

마음은 어디에 있는 무엇인가? 마음이라는 말에 속지만 않는다면, 바로 지금 이렇게 말하고 이렇게 읽고 이렇게 보는 순간에 모든 것은 오직 마음 뿐이다. 말과 뜻과 모양을 따라 스스로 병을 일으키지 않기만 하면, 마음에는 병도 없고 건강도 없고 속음도 없고 진실도 없고 일어남도 없고 사라짐도 없고 감도 없고 옴도 없고 이러함도 없고 저러함도 없고 마음도 없고 마음 아님도 없다.

 

 

무심선원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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