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의 향기

신심명 읽기 3.

맑은 샘물 2010. 11. 22. 00:12

 

 

 

독선(讀禪) - 신심명 읽기 3.


 

김태완

 

 

 

막힘 없이 작용하고 있다

불법(佛法)은 바로 마음법[心法]이다. 부처가 마음이요, 깨달음이 마음이요 법이 마음이다. 마음은 태어나기 전부터 모자람 없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었고 지금 이 순간에도 모자람 없이 그대로 발휘되고 있다. 마음은 배워서 밝히는 것이 아니고 노력하여 얻는 것이 아니다. 그저 모든 행동(行動)과 사유(思惟)에 다만 마음 하나가 작용하고 있을 뿐이다. 배워서 밝힌 것은 잊어버리게 되고 노력하여 얻은 것은 잃어버리게 되며, 배워서 밝히게 되면 밝음과 어둠의 둘이 있게 되고 노력하여 얻으면 얻음과 얻지 못함의 둘이 있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은 본래 그대로[如如]이고 지금 이 순간 그대로이다.
우리의 병은 배워서 밝히려 하고 노력하여 얻으려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끝 없이 밖으로만 찾아다닐 뿐, 바로 지금 그렇게 찾고 있는 이것을 돌아보지는 않는다. 이미 이렇게 찾고 있다면 마음이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찾으려는 생각을 일으키는 그곳에 이미 마음이 나타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찾을 필요가 없는 그것을 확인하라. 찾을 필요가 없고 얻을 필요가 없는 그것이 모든 인연에 응하고 있다. 그러므로 마음은 인연에 응하는 지금 이 순간 바로 이곳에서 확인되는 것이다.

<신심명>

현묘한 뜻을 알지 못하니(不識玄旨)

마음에는 현묘한 뜻이 없다. 다만 이러니 저러니 하는 망상(妄想)에 사로잡히지만 않는다면 이대로 아무 일이 없다. 현묘한 뜻을 찾는 그것이 바로 망상이다. 현묘한 뜻이라는 생각을 일으킴에 벌써 마음은 숨김 없이 드러나 있는데, 다시 어디에서 현묘한 마음을 찾으려고 하는가? 찾으려는 마음이 바로 그 마음인데, 다시 어디에서 마음을 찾을 수 있을 것인가? 찾았다 하면 모두가 말이요 생각이요 느낌일 뿐이니, 대상경계를 따라가는 어리석은 짓일 뿐이다.

헛되이 생각만 고요히 하려 애쓴다(徒勞念靜)

망상은 쉬고자 하여서 쉬어지는 것이 아니다. 쉬고자 하는 그 마음이 이미 망상이고, 망상에는 쉴 무엇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물의 본성이 본래 물결을 일으키는 것이듯, 마음의 본성은 본래 생각을 일으키는 것이다. 물결이 일어나거나 일어나지 않거나 물은 물일 뿐이듯, 마음은 생각이 일어나고 일어나지 않고와는 상관이 없다.

원만하기가 큰 허공과 같아서(圓同太虛)

원만하다 하면 이미 원만함이 아니요, 허공이라 하면 이미 허공이 아니다. 손을 움직여 물건을 붙잡을 때 부족함 없이 원만하다는 생각이 있는가? 발을 움직여 걸음을 걸을 때 걸림 없는 허공이라는 생각이 있는가? 헤아리고 분별할 때 부족함 없이 원만하다는 생각이 있는가? 느끼고 욕망할 때 걸림 없는 허공이라는 생각이 있는가? 부족함 없고 걸림 없이 붙잡고 걸어가고 헤아리고 분별하고 느끼고 욕망하지만 원만함도 아니고 허공도 아닌 것이다.

모자람도 없고 남음도 없다(無欠無餘)

모자란다고 생각할 줄 알면 이미 모자람이 없고, 남는다고 생각할 줄 알면 이미 남음이 없다. 모자란다는 생각도 없고 남는다는 생각도 없지만, 시계를 보면 시계가 보이고, 종을 치면 종소리가 들리고, 석류를 먹으면 시고, 장미꽃에 코를 들이대면 향긋하고, 고양이를 쓰다듬으면 보드랍고, 1에 1을 더하면 2라고 알게 된다. 배고프면 밥을 찾고 목마르면 물을 찾으며 똥이 마려우면 변소를 찾고 졸리면 잘 자리를 찾는다. 여기에서 무슨 모자라고 남음을 논하겠는가?

취하고 버림으로 말미암아(良由取捨)

손으로 물건을 취해보라. 취하는 것은 손을 오므려 붙잡는 동작이고, 버리는 것은 손을 펼쳐서 놓는 동작이다. 오므리고 펼치는 동작에서 손의 모양을 보면 분명 다른 모양으로 나타나지만, 모양에 매이지 않는다면 다만 한결같은 동작일 뿐이다. 모양에 가로막히지 않는다면 펼치고 오므림이 모두 마음의 일이요, 취하고 버림이 빠짐없이 법이다. 펼치고 오므리는 동작이 아니면 어떻게 법이 나타날 것이며, 취하고 버림이 아니면 어떻게 법이 있는 줄을 알 수 있겠는가?

본래 그대로 여여하지 못하다(所以不如)

형광등을 켜면 벽지의 색깔이 보이고 방바닥을 두드리면 소리가 들리며, 손으로 때리면 아픔을 느끼고 이름을 부르면 대답하며, 문제를 보면 생각한다. 배고프면 먹고 목마르면 마시며,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잔다. 산에 가서는 나무를 보고 바다에 가서는 물을 보며, 고개를 드니 하늘이 보이고 고개를 숙이니 땅이 보인다. 얼음은 차갑고 수증기는 뜨거우며, 고추는 맵고 석류는 시다. 여기에 무슨 여여함이 있고 여여하지 못함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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