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게으름뱅이를 고쳐준 컴퓨터
사진 6-1
게으름뱅이를 고쳐준 컴퓨터
민호는 오늘도 허둥지둥 학교로 달려갔지만 지각이었습니다.
" 화장실 청소부 오셨군. "
선생님이 빈정대듯 놀리자 친구들이 까르르 웃었습니다.
지각생은 화장실을 청소해야 하기 때문에 민호에게 붙여준 별명입니다.
서둘러 오느라고 숙제물을 두고 와서 선생님에게 또 핀잔을 들었습니다.
민호의 하루는 지각 때문에 늘 짜증스럽고 속상했지만 고쳐지지 않았습니다.
사진 6-2
청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서 민호는 책가방을 내팽개쳐 놓고 냉장고부터
열었습니다. 김밥과 빵과 과일로 배가 부른 뒤에야 민호는 엄마가 써 놓은
쪽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읽어 봅니다.
" 엄마가 잠깐 집을 비우더라도 학원에 시간 맞춰 가는거 잊지마라.
그리고 숙제와 배달되는 시험지도 풀어 놓아야 된다. "
엄마가 안 계셔서 오래간만에 게으름을 피워 보려고 했던 민호의 얼굴이
갑자기 찡그려졌습니다. 학원도 가기 싫고 숙제도 하기 싫었습니다.
밖을 내다 보니, 한 여름 뙤약볕 때문인지 놀이터는 텅 비어 있었습니다.
컴퓨터 게임이라도 해볼까. 킹콩, 우주전쟁, 볼링게임 ... 이런 것들은 이제
흥미가 없습니다. 이 때 민호의 눈길을 끄는 것이 있었습니다.
" 으응, 이것은 못보던 디스켓인데. "
거기에는 " 아빠가 민호에게 " 라는 글이 써 있었습니다.
민호는 얼른 디스켓을 컴퓨터 드라이브에 꽂고 스위치를 작동시켰습니다.
화면에 떠오른 사람은 아빠였습니다.
민호의 아빠는 컴퓨터 박사였습니다. 그렇게 때문에 민호 곁에 있을 때보다, 연구실이나 외국에 나가 계시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아빠는 웃고 계셨습니다.
" 아빠가 바빠서 민호 공부하는 거 도와 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 프로그램은 민혹가 공부에 지치고 힘들면 머리를 식히라고 만든 거란다. "
녹색 화면 위에서 아빠가 말씀하셨습니다.
" 아빠는 요즘 부처님이 살아 계셨을 때 남기셨던 설법의 내용과 그 뒤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기리는 이야기들을 컴퓨터에 담고 있단다. 그런데 그 양이 워낙 방대해서 아빠가 살아 있을 동안에 이 일을 끝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새삼 부처님의 진리가 깊고 넓다는 사실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단다.
너에게 보내 준 디스켓은 부처님의 진리를 쉽게 이해시키기 위해 비유를 든
수많은 경전 중에서 네 또래에 알맞는 내용을 뽑아 동화로 엮은 것이다.
아빠는 단순히 이 프로그램을 보고 읽은 것에 그치지 않고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것은 네가 다음에 나오는 목차를 선택하면 곹 알게 될 것이다. "
아빠의 모습이 점차 작아지면서 하나의 점으로 사라지고 그 자리에서 부처님의 얼굴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는 그 옆으로 여러가지 제목의 내용이 실려 나왔습니다.
민호는 그 중에서 " 시간을 지키지 않는 스님 " 이라는 항목에 흥미가 있어
번호를 눌렀습니다.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떠올랐습니다.
" 이 이야기는 부처님이 기원정사에 계실 때 규칙적인 생활을 하지 않은 스님을 위해 들려 주신 내용이다.
그 스님은 어느 부자집에서 귀엽게 자라다가 출가를 했는데 어렸을 때부터
제멋대로 행동하는 버릇이 남아 있었단다. 그래서 예불 시간, 경전 공부하는 시간, 공양 시간, 취침 시간을 지키지 않고, 마음대로 먹고 자고 공부를 했으니 다른 사람들이 얼마나 큰 불편을 겪었겠니. "
이 때 다른 화면으로 바뀌면서 수탉 한 마리가 나타났습니다, 꼿꼿하게 닭벼슬을 세우고 부리부리한 눈망울로 민호를 노려 봤습니다.
그 수탉이 날개를 펄럭이며 민호에게 달려들었습니다.
눈깜짝할 사이에 민호는 어느 넓은 마당에 내팽겨쳐졌습니다.
아니 이 곳은 어딜까 ?
갑자기 어느 스님이 가까이 오더니 민호의 양 어깨를 잡아 올리며 말했습니다.
" 그놈 참 실하게 생겼다. 목청도 좋겠는걸. "
다른 스님이 거들었습니다.
" 부디 우리가 일찍 일어나 공부할 수 있도록 아침 일찍 시원스럽게 울어
다오. "
민호는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 나는 민호예요, 살려 주세요. "
라고 외쳐 보았습니다. 그러나 이게 웬일입니까. 목에서는 '꼬꼬댁 꼬꼬꼬' 하는 소리 밖에는 나오질 않습니다.
그렇다면 내가 수탉이 되었단 말인가.
그 때부터 민호는 스님들의 하루 일과를 위한 시계노릇을 해야 했습니다.
스님들은 정확한 시간에 일어나서 예불을 드리고 공부를 하고 공양을 했습니다. 그것은 민호가 동트기 전에 외치는 '꼬끼요' 소리에 맞추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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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며칠이 지나자 민호는 게을러졌습니다. 새벽을 알리는 시간은 자주
늦춰지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스님들은 민호가 외치는 소리에 정확하게 맞추어 행동했습니다.
이번에는 재미가 나서 민호는 아무때나 ' 꼬끼오 ' 를 외쳐 보았습니다.
스님들은 한밤중에 일어나 허둥대다가 속은 줄 알고는 다시 잠자리에 들기도
하고 또 어떤 때에는 해가 하늘 한가운데 올라올 때까지 늦잠을 잤습니다.
이렇게 몇 번 속자 스님들은 민호를 붙잡아 다리와 입을 꽁꽁 묶어 놓았습니다.
" 이 수탉을 믿었다간 우린 평생 수행을 그르칠 것이오. "
어떤 스님이 말하자 다른 스님이 말을 받았습니다.
저 닭은 부모없이 공동묘지에서 떠돌다 잡혀 왔기 때문에 시간이 왜 필요한지, 또 왜 중요한지 몰라요. 아무때나 저 울고 싶을 때 우는 닭이란 말이예요."
" 닭 장사에게 팔아 버립시다. "
" 그렇게 합시다. "
결국 민호는 닭 장사에게 잡혀 끌려갔습니다.
펄펄 끊는 물, 그 앞의 도마 위에서 닭 장사 아저씨는 칼을 쳐들었습니다.
민호는 눈을 꼭 감았습니다.
" 아아, 이것이 꿈이라면 ...... , 아빠는 왜 이런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나를
궁지에 몰아 넣으시는 걸가, 아 살려줘요 ! "
멀리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 했습니다.
" 애 일어나, 컴퓨터 앞에서 잠꼬대를 하는 사람이 어딨니 "
민호는 아직 잠에서 덜 깨어나 중얼거렸습니다.
" 아저씨 한번만 용서해 주세요. 그러면 앞으로는 꼭 시간 맞춰 꼬끼오 !
하고 소리칠께요. 이젠 정말 게으름을 안 피우겠습니다. "
엄마는 무슨 영문인 줄 몰랐지만 민호가 게으름을 피우지 않겠다는 잠꼬대를 들으며 빙긋이 웃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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