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샘터

초저녁 / A.아흐마또바(러)

맑은 샘물 2013. 3. 13. 00:00

초저녁 / A.아흐마또바(러)

 

 

 

 

 

 

 

 

초저녁

/ A. 아흐마또바

 

 

정원엔 음악이
어느 표현할 수 없는 설움처럼 울렸고
얼음 접시 위 굴에선
바다내음이 신선하고 짜릿하게 풍겼어요.

그는 제게 말했죠 "나의 진실한 벗이여!"
그리고는 제 옷자락을 잡았어요.
그 손길의 촉감은 포옹하곤
또 얼마나 다른 것인가요.

고양이나 새를 어루만져 주듯 그렇게.
황홀한 곡마단의 말몰이꾼을 보듯 그렇게.
가느다란 금빛 속눈썹 밑으론
그의 잔잔한 눈웃음뿐.

슬픔에 잠긴 바이올린 같은 그의 음성은
노래하듯, 흐르는 안개 사이로 말했지요.
"하늘에 감사합시다.
그대 처음으로 사랑하는 이와 같이 있음을"

***
사랑의 친근함에는 알 수 없는 경계가 있으니
연모도 정열도 가로지를 수 없는 것읻,
입술이 합쳐지는 장엄한 침묵 속에서도
가슴이 사랑으로 산산이 부서질지라도.

우정도 이것엔 무력하고
정신이 자유로운, 관능의 느릿한 권태를 모르는
숭고하고 열렬한 행복의 나날들에도
이것엔 무력하다.

이것과 싸우는 사람들은 미쳤고
이것에 다다른 사람들은 번민으로 휩싸이느니
자 이제 당신은 알 수 있을 겁니다.
왜 내 마음이 당신의 손길로 두드릴 수 없는가를...


/Desire to St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