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마어록18. 돈오론(頓悟論)
"그러나 부처는 '삼 아승지겁 동안의 셀 수 없는 어려움을 겪고 나서야 그대는 깨달음을 성취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당신께서는 어떤 연유로 단지 마음을 지켜보는 것만으로 삼독심을 극복하고 해탈할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부처의 말은 사실이다. 그러나 삼 아승지겁은 바로 삼독심에 물든 마음을 말하는 것이다. 범어로 아승지겁이란 말은 그대가 셀 수 없이 많다는 뜻이다. 이 삼독에 물든 마음에서 셀 수 없이 악한 생각들이 나온다. 그리고 그 모든 생각들은 영겁의 세월 동안 계속된다. 부처가 삼 아승지겁이라고 말한 것은 바로 무수히 많은 생각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나 위대한 보살들은 삼학을 지키고 육바라밀을 행함으로써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이제 당신께서는 제자들에게 단지 마음을 지켜보라고만 말씀하십니다. 수행의 법칙을 따르지 않고서 누가 과연 깨달음에 이르겠습니까?"
삼학은 삼독심을 없애기 위한 것이다. 그대가 삼독을 극복했을 때 그대는 삼학의 한량없는 덕을 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셀 수 없이 많은 선한 생각을 그대의 마음을 통해서 일어나게 할 것이다. 육바라밀은 여섯 가지 감각을 청정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가 바라밀이라고 부르는 것은 그대는 피안에 이르는 방편이라고 부를 수 있다. 여섯 가지 감각에 낀 때를 벗겨 냄으로 해서 육바라밀은 그대를 집착의 강을 건너 깨달음의 언덕에 이르게 해줄 것이다.
"경전에 따르면 삼학에 대해서 '나는 모든 덕을 행하겠다고 맹세한다. 나는 모든 악을 끝내겠다고 맹세한다. 나는 모든 중생을 해탈로 인도할 것을 맹세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당신께서는 삼학이 단지 삼독심을 잘 다스리기 위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렇다면 경전의 뜻과 어긋나는 것이 아닙니까?"
부처의 경전은 진리이다. 그러나 오래 전 위대한 보살이 깨달음의 씨앗을 심고 그것을 키울 때, 그가 세 가지 맹세를 한 것은 이 삼독심을 없애기 위한 것이었다. 모든 덕을 행하겠다는 말은 탐욕의 독을 없애기 위한 것이며, 모든 악행을 그치겠다고 맹세한 것은 성냄의 독을 다스리기 위한 것이며, 모든 중생을 해탈로 인도할 것을 맹세한 것은 어리석음의 독을 다스리는 지혜를 닦기 위해서였다.
계(戒), 정(定), 혜(慧), 삼학을 지키는 것은 삼독심을 물리치고 깨달음에 이르기 위한 것이었다. 사람은 이 세 가지 독을 극복함으로써 그의 모든 죄업을 다 청산하고 악행을 뿌리째 뽑아 버릴 수 있다. 그는 선을 행할 뿐만 아니라 이로써 덕을 쌓는 것이다. 그리고 덕을 쌓음으로써 악행을 끝내는 것은 곧 모든 수행을 완수하는 것이다. 그것은 자신을 축복할 뿐만 아니라 모든 중생을 구할 수 있다. 이리하여 그는 중생을 해탈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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