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심 해탈꽃

10. 독을 바른 주사위

맑은 샘물 2011. 3. 22. 00:55

10. 독을 바른 주사위






 사진 11-1

 

 

 

독을 바른 주사위

 

 

 

  " 아빠, 도박이 뭐야. "

  텔레비젼에는 수갑을 찬 아저씨들이 카메라가 지나갈 때 마다 고개를 푹

숙여 얼굴을 가렸습니다.

  " 저 아저씨들은 무슨 죄를 지었냐구요. "

  꼬치꼬치 묻는 질문에 아빠는 귀찮다는 듯이 텔레비젼을 꺼버리고 대답

했습니다.

  " 애가 별걸 다묻네, 너희들은 방에 들어가 숙제를 하든지 놀든지 해라. "

  오늘은 일요일. 오래간만에 큰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가 놀러 오셨지만 저녁이 되도록 ' 그림맞추기 ' 만 계속 하셨습니다.

  보다못한 할머니가 한 마디 하셨습니다.

  " 그래 너희들은 만나기만 하면 화투냐. "

  " 아이 어머님도, 뭐 할 일이 있어야지요. "

  " 그렇게 할 일이 없어, 오래간만에 이 에미를 보러 왔으면 세상 돌아가는

    애기를 나누든가, 아이들 재롱을 보든가, 아니면 교육에 관한 애기는

    어떠냐 ? "

  " 그거야 아이들 엄마가 있잖아요. "

  큰아버지가 시큰퉁해 말씀하지자 큰어머니가 퉁면스럽게 받았습니다.

 

 


 

사진 11-2

 

 

  " 어제도 친구를 만나 새벽 3시에 들어왔어요, 아빠는 아이들의 거울이라고

    하는데 어떻게 아이들을 보고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 하겠어요, 어머니. "

  정말 지난 해 여름에도 세 가족이 함께 바닷가로 놀러 갔었는데 그곳에서는

어른들은 밤을 세워 화투만 치셨습니다. 그리고는 낮에는 하루 종일 주무시기만 했습니다.

  여행을 떠날 때만 해도 엄마들과 아이들은 즐거웠습니다. 그런데 하루 이틀

지나면서 엄마들은 짜증을 부리기 시작했고 아이들은 심심하고 답답했습니다.

  결국 서울로 올라올 때는 세 가족 모두 엄마와 아빠가 다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철이와 사촌 형 그리고 동생들은 우울했습니다.  할머니는

아이들을 데리고 뜨락으로 나오셨습니다.  그리고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

주셨습니다.

 

 

  옛날 부처님의 제자가 인도의 바라나시라는 마을을 지나고 있었단다.

길을 한참 걷고 있는데 웬 거지 가족이 제자에게 구걸을 하지 않았겠니,

먹을 것이 없어 아이들이 곧 굶어 죽게 되었다고 말이야. 제자는 그들의

모습이 너무 측은해서 가지고 있던 먹을 것을 주어 우선 허기를 면하게

해 주었지, 허겁지겁 배를 채운 거지 아버지가 한숨을 내쉬었어, 이 때

제자가 물었지.

  " 당신 가족이 입고 있는 옷을 보면 이렇게 구걸할 사람은 아닌 것

    같은데요 ? "

  " 아 ! 내가 죽일 놈이지요. "

  거지의 눈엔 눈물이 고였다. 그리고는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의 자초지종

을 털어 놓았단다.

  " 저는 시장에서 옷감을 팔며 남부럽지 않게 살아 왔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손님이 비싼 옷감을 많이 사길래 제가 부러워서 어떻게 그 많은 돈을

    버셨습니까 ? 하고 물어 봤습죠, 그랬더니 그 사람이 하는 말이 어디를

    가면 주사위를 굴려 돈을 벌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구경이나 해 볼까 하고 그 곳에 갔습니다. 아닌게 아니라 그 곳에선 정말

    많은 사람이 돈을 따고 있었습니다. 저도 재미삼아 시작을 했지요. 처음

    적은 돈을 걸었을 때는 제가 이길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였습니다. 제 돈은 계속 털렸고, 화가난 저는 집에 있는 모든 재산을 빼내

    잃고 말았습니다. "

여기까지 말을 마친 그는 눈물을 흘리며

  " 나중에 알아봤더니 우리 집에 물건을 사러 온 사람과 그 곳에서 돈을

    따던 놈들이 한 패거리였답니다. "

하고 괴로워했단다.

  부처님 제자는 사기꾼에게 돈을 빼앗긴 사람이 한두명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지, 그래서 그는 불쌍한 옷감 장수가 가르쳐준 장소를 찾아가려고

마음 먹었단다.

  우선 돈 많은 부자로 보이기 위해 옷을 치장하고 한편으로는 어리숙한

척하며 도박꾼들 앞에 나타났지, 정말 그 곳에서는 또 다른 어리석은 사람이

돈을 잃고 있었단다.

  그런데 이 제자가 자세히 살펴보니 도박꾼이 묘하게 상대방을 속이고

있었어.

  항상 일정한 수가 나오는 주사위를 입 속에 감추고 있다가 상대편이

숫자를 부르면 그가 생각하는 척하며 손을 입에 가져가 주사위를 바꿔치기

하는 것이었지.

  " 옳지, 저 녀석을 골탕먹일 방법이 있지. "

  제자는 쾌재를 부르며 슬그머니 도박판에 뛰어들어 함께 도박을 시작했다.

그리고는 우선 가지고 있는 돈을 모두 잃어 주고는 화가 난 듯 일어서며

  " 내가 집에 가서 돈을 더 가져 올테니 기다리시오. "

하고 돌아왔단다. 도박꾼들이 좋아한 것은 말할 곳도 없었지.

  제자는 밖으로 나와서 도박꾼의 주사위와 똑같은 것을 사서 거기에 독을

발라 말린 뒤 다시 찾아갔다.

  다시 도박이 시작되었어, 제자는 한 번 더 돈을 잃어주고는  슬쩍 주사위를

독을 바른 것과 바꾸어 놓았다나다.

  잠시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도박꾼이 주사위를 입 안의 것과 바꿔치는 순간 독은 그의 온몸으로

퍼져 갔지, 그는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면서 눈을 허옇게 뜨고 입에 거품을

품으며 쓰러졌단다.

  이 때 제자는  *게송을 읊었다.

 

 

 


사진 11-3

 

 

 

  " 남을 속여 눈물을 흘리게 한 자여

    어찌 남의 고통을 알겠는가.

    이제 자기 꾀로 독을 삼켰으니

    네가 얻은 만큼 고통 따르리. "

 

 

 

  그제서야 도박꾼과 패거리들은 잘못을 깨닫고 깊이 뉘우치며 살려 달라고

애원했지.

  제자는 비로소 그들을 용서해 주기로 하고 약초를 먹게 해 독을 토하게

했단다. 물론 도박꾼들은 그 동안 빼앗은 돈을 모두 돌려 주고 부처님의

제자가 되었단다.

  할머니의 옛날 이야기가 끝날 무렵 집 안에서 다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할머니가 성난 얼굴을 하고 들어가셨습니다.

  " 아이들 있는 곳에서 이게 무슨 짓이냐 !  서로 도와가며 살아야 될 형제들

    끼리 노름을 하며 싸우다니. "

  갑자기 집 안이 쥐죽은 듯 조용해졌습니다.

  " 아무리 심심풀이라도 돈 때문에 형제간의 우애를 버린다면 그것보다

    나쁜 것이 없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께서 기원정사에 계실 때 아무

    생각 없이 남의 물건을 받는 것은 마치 독과 같다고 하시지 않았느냐. "

  아빠들의 얼굴에 후회하는 빛이 역력했습니다.

  " 어머님 죄송합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이제부터라도 늦지 않았으니 가족놀이를 시작하죠. "

  큰아버지의 말씀에 그 동안 뾰루통해 있던 엄마들의 얼굴이 환하게

피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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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 송 :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거나 그 가르침을 시로써 노래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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