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의 향기

육조단경2. 尋師 - 스승을 찾아감

맑은 샘물 2010. 9. 9. 01:34

육조단경2. 尋師 - 스승을 찾아감 





2. 尋師 - 스승을 찾아감


 

 

혜능대사는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마음을 깨끗이 하여 마하반야바라밀법을 생각하라!"

대사께서는 말씀하시지 않고 스스로 마음과 정신을 가다듬고 한참 묵묵하신 다음 이윽고 말씀하셨다.

"선지식들아, 조용히 들어라. 혜능의 아버지의 본관은 범양(范陽)인데 좌천되어 영남의 신주(嶺南新州) 백성으로 옮겨살았고 혜능은 어려서 일찍 아버지를 여의었다. 늙은 어머니와 외로운 아들은 남해로 옮겨와서 가난에 시달리며 장터에서 땔나무를 팔았었다.

어느 날 한 손님이 땔나무를 샀다. 혜능을 데리고 관숙사(官宿舍)에 이르러 손님은 나무를 가져갔고, 혜능은 값을 받고서 문을 나서려 하는데 문득 한 손님이 <금강경> 읽는 것을 보았다. 혜능은 한 번 들음에 마음이 밝아져 문득 깨치고, 이내 손님에게 묻기를 "어느 곳에서 오셨기에 이 경전을 가지고 읽습니까?"

하였다. 손님이 대답하기를

"나는 기주 황매현(黃梅縣) 동빙무산에서 오조(五祖) 홍인(弘忍)화상을 예배하였는데, 지금 그 곳에는 문인(門人)이 천여 명이 넘습니다. 나는 그 곳에서 오조대사가 승려와 속인들에게 다만 <금강경> 한 권만 지니고 읽으면 곧 자성(自性)을 보아 바로 부처를 이루게 된다고 권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하였다.

그 말을 들은 혜능은 숙세의 업연(業緣)이 있어서, 곧 어머니를 하직하고 황매의 빙무산으로 가서 오조 홍인화상을 예배하였다.

홍인화상께서 혜능에게 묻기를

"너는 어느 곳 사람인데 이 산에까지 와서 나를 예배하며, 이제 나에게서 새삼스레 구하는 것이 무엇이냐?"하셨다.

혜능이 대답하기를

"제자는 영남 사람으로 신주의 백성입니다. 지금 짐짓 멀리서 와서 큰스님을 예배하는 것은 다른 것을 구함이 아니옵고 오직 부처되는 법을 구할 뿐입니다"하였다.

오조대사께서는 혜능을 꾸짖으며 말씀하시기를

"너는 영남 사람이요 또한 오랑캐인데 어떻게 부처가 될 수 있단 말이냐?"하셨다.

"사람에게는 남북이 있으나 부처의 얼굴 성품은 남북이 없습니다. 오랑캐의 몸은 스님과 같지 않사오나 부처의 성품에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하였다.

오조스님은 함께 더 이야기하시고 싶었으나, 좌우에 사람들이 둘러서 있는 것을 보시고 다시 더 말씀하시지 않았다. 그리고 혜능을 내보내어 대중을 따라 일하게 하시니, 그 때 혜능은 한 행자가 이끄는 대로 방앗간으로 가서 여덟 달 남짓 방아를 찧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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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해

1. 원문은 [本 '官' 范陽]인데, 후대의 판본에는 이 부분이 [本 '貫' 범양(본관이 梵陽)이라고 되어 있고, 그래서 돈황본의 다른 판들도 그렇게 고쳐서 번역한다.

2. [조당집] 권제2에는 땔나무를 산 사람의 이름이 안도성(安道誠)이고, 관점에서 <금강경>을 독송한 사람도 그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3. 당나라 때 지방정부가 관리를 배치하여 술을 전매한 곳(주점이나 여관)을 이른다고 함.

4. 원대본에는 그때 들은 부분이 <금강경>제10품 장엄정토분(莊嚴淨土分)에 나오는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라(應無所住 而生其心)"라는 대목이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5. 호북성 기주의 황매 출신으로 속성은 주(周)씨, 제4조 도신의 제자가 되어 오랫동안 그의 회하에서 수행하고 도신의 법을 이은 후, 쌍봉산의 동산에서 법문을 널리 선포하였음. 당 숙종 2년에 세수 74세로 입적. 저술로 [기주인대사 도범취성오해탈종수심요론](수심요론 이라 약칭함)1권이 전함.

[경덕전등록] 권제3 제31조 도신대사 편에는 홍인이 도신대사를 만나 법을 받은 과정을 아래와 같이 기록되어 있다.

어느 날 황매현으로 가는 길에 한 어린이를 만났는데 골상(骨相)이 수려하여 다른 아이들과는 아주 달랐다. 도신 대사가 물으셨다.

"그대의 성이 무엇인가?"

동자가 대답하였다. "성은 있으나 평범한 성이 아닙니다."

대사가 말씀하였다. "무슨 성인데 그렇게 말하느냐?"

동자가 대답하였다. "불성(佛性)입니다."

대사가 물으셨다. "그대의 성이 없다는 말인가?"

동자가 대답하였다. "성이 공(空)하기 때문입니다."


대사는 그가 법기임을 알고 시자를 시켜 그 집에 따라가서 그 부모에게 출가시키기를 요구하였다. 그 부모는 전생의 인연 때문에 아무런 난색 없이 아들을 놓아 주니 대사가 제자를 삼아서 이름을 홍인이라 하였다. 마침내 법을 부촉하고 가사를 전하고 게송을 옲으셨다.

꽃 씨앗에 나는 성품 있어
땅을 인연하여 꽃의 나는 성품 나거니
큰 인연이 믿음과 합하면
돋아나되 난다는 생각 없이 나네*

*게송 내용이 제29. 1절에 나오는 것과는 첫 구절 외에는 다르게 되어 있다.


6. 제16.1절에도 혜능의 말로 같은 표현이 나오는데 경전을 지닌다는 것의 의미는 제16.1절의 주해3을 보라.

7. 성품(性)을 본다(見)는 표현인데, 성품은 즉 불성, 본성, 자성 등을 가리키는 것으로, 자기의 본성(佛性)을 사무쳐 알고 일체 사물의 근본 성품을 깨닫는다(覺)는 의미가 된다. 견성=깨달음(覺)=부처(佛)의 구도로, 선가에서는 본문에서처럼 '견성 성불'의 숙어로 흔히 쓰이는데, 그것이 처음 사용된 것은 송 나라의 보량(寶亮)이 쓴 열반경집해(涅槃經集解)에서, "성품을 보고 성불한다는 것은 성품이 곧 부처가 되기 때문이다(見性成佛 卽成爲佛也)라고 한 것이라고 한다.

8. 과거 세상(前生)에 만들어진 업연이라는 뜻. 불교에서는 윤회는 당연한 전제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세존께서는 여러 경전에서 윤회의 원인과 구조는 물론, 윤회에서 벗어나는 방법까지 자세히 설명하셨다.

그중 윤회의 원인과 구조를 가장 간략히 설명하고 있는 <원각경>* 미륵보살장의 글을 인용하여 보면, "일체의 중생은 비롯함이 없는 때로부터 여러 가지 은애(恩愛)와 탐욕으로 말미암아 윤회가 있게 되었다. 만약 모든 세계의 일체 종성(種性)인 난생. 태생. 습생. 화생*이 모두 음욕(淫慾)으로 인하여 성품과 생명(生命)을 받았다면, 윤회는 애(愛)가 근본이 됨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모든 욕망이 있으므로 애욕의 성품을 도와 일으키니 이 때문에 중생들로 하여금 생사를 상속하게 하는 것이다. 욕망은 애욕으로 인하여 생겨나고 생명은 욕망으로 있게 되니, 중생이 생명을 사랑하는 것은 욕망이란 근본에 의지하는 것이다.

애욕이 인(因)이 되고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 과(果)가 되는 것이다. 욕망의 경계로 말미암아 거역하거나 따르는 모든 마음이 일어나는 것이니, 그 경계가 좋아하는 마음을 등지면 증오와 질투가 생겨나서 갖가지 업을 짓고, 이 때문에 지옥과 아귀의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욕망이 싫어해야 할 것으로 알고 업을 싫어하는 도를 사랑하여 악을 버리고 선을 즐긴다면 하늘과 인간의 세계에 태어나게 된다. 또 모든 애욕이 싫어하고 미워해야 할 것임을 알기에 애욕을 버리고 평등함을 즐기더라도 이것은 도리어 애욕의 근본을 자라게 하는 것이니, 설사 문득 유위법*의 좋은 과보가 나타난다고 하더라도 모두 윤회하는 것이기에 거룩한 도(聖道)를 이루지 못한다. 그러므로 중생이 생사를 벗어나 모든 윤회를 면하려면, 먼저 탐욕을 끊고 애욕의 갈증을 제거해야 하는 것이다 라고 하고 있다.

* 원각경: <대방광원각수다라요의경>의 약칭. 당나라때 인도 승려 불타다라가 1권으로 한역한 것이 널리 유통되어 왔음.

* 난생. 태생. 습생. 화생: 생명을 가진 일체의 존재를 그 태어나는 방법과 차이에 따라 네 가지로 분류한 것. 습생은 습기 속에 태어나는 것(예컨대 곤충류)을, 화생은 과거의 존재가 변화하여 태어나는 것(예컨대 천인이나 지옥의 중생들)을 가리킨다.


9. 이 대목으로 인하여 혜능이 무정한 사람으로 보일 것을 우려했기 때문인지, 다른 판본에는 어떤 사람이 은(銀) 열 냥을 혜능에게 주어 그 돈으로써 노모를 위한 조치를 취한 후 떠난 것으로 되어 있다. 앞에서 본 [조당집]에는 돈을 준 사람도 안도성이었고, 준 돈도 열 냥이 아니라 백냥으로 기록되어 있다.

10. 이때가 언제였는지에 대하여는 자료마다 차이가 있다. 혜능의 나이 22세 때(638년생임을 전제하면 660년)라는 기록[신회어록], 32세 때(670년)라는 기록 [조당집], 34세 때인 674년 이라는 기록 [조계대사전*]등이 있다.

*[조계대사전]: 육조의 제자 행도(行滔- 제1부 경덕전등록에 나오는 영도와 동일인물이라 함)가 당 건중 2년(781년)에 기록하였다는 육조의 전기


11. 원어는 갈료(  )로 중국의 북방 사람이 남방 사람을 멸시하여 쓰는 말이라 한다. 갈은 갈저( 狙)로 이리와 비슷한 짐승이라는 하고, 료는 서남 변방의 이민족을 말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