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조단경6. 受法 - 법을 받음
6. 受法 - 법을 받음
오조스님께서 밤중 삼경에 혜능을 조사당 안으로 불러 <금강경>을 설해 주시었다. 혜능이 한 번 듣고 말끝에 문득 깨쳐서(言下便悟) 그날 밤으로 법을 전해 받으니 사람들은 아무도 알지 못하였다.
이내 오조스님은 단박 깨치는 법(頓法)과 가사를 전하시며 말씀하셨다.
"네가 육대조사가 되었으니 가사로써 신표로 삼을 것이며, 대대로 이어받아 서로 전하되, 법은 마음으로써 마음에 전하여 마땅히 스스로 깨치도록 하라."
오조스님은 또 말씀하셨다.
"혜능아, 옛부터 법을 전함에 있어서 목숨은 실날에 매달린 것과 같다. 만약 이 곳에 머물면 사람들이 너를 해칠 것이니, 너는 모름지기 속히 떠나라."
혜능이 가사와 법을 받고 밤중에 떠나려 하니 오조스님께서 몸소 구강역까지 혜능을 전송해 주시며, 떠날 때 문득 오조께서 처분을 내리시되
"너는 가서 노력하라. 법을 가지고 남쪽으로 가되, 삼 년 동안은 이 법을 펴려 하지 말라. 환란이 일어나리라. 뒤에 널리 펴서 미혹한 사람들을 잘 지도하여, 만약 마음이 열리면 너의 깨침과 다름이 없으리라"하셨다.
이에 혜능은 오조스님을 하직하고 곧 떠나서 남쪽으로 갔다.
두 달 가량 되어서 대유령(大庾嶺)에 이르렀는데, 뒤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쫓아와서 혜능을 해치고 가사와 법을 빼앗고자 하다가 반쯤 와서 다들 돌아간 것을 몰랐었다. 오직 한 스님만이 돌아가지 않았는데 성은 진(陳)이요 이름은 혜명(惠明)이며, 선조는 삼품장군으로, 성품과 행동이 거칠고 포악하여 바로 고갯마루까지 쫓아 올라와서 덮치려 하였다. 혜능이 곧 가사를 돌려주었으나 또한 받으려 하지 않고 "제가 짐짓 멀리 온 것은 법을 구함이요 그 가사는 필요치 않습니다"하였다.
혜능이 고갯마루에서 문득 법을 혜명에게 전하니 혜명이 법문을 듣고 말끝에 마음이 열이었으므로, 혜능은 혜명으로 하여금 "곧 북쪽으로 돌아가서 사람들을 교화하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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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수
1. 스토리가 연결되어 있지 않아서인지 원대본에는 아래와 같은 이야기가 부가되어 있다.
다음날 대사가 가만히 방앗간에 와서 제가 허리에 돌을 매고 방아 찧는 것을 보고 말씀하셨다. '도를 구하는 사람이 법을 위해 몸을 잊는 것이 이와 같아야 한다. 쌀은 얼마나 익었는가?' 제가 말하였습니다. '쌀은 익은 지 오래 되었으나 아직 키질을 하지 못했습니다.'
대사께서는 지팡이로 세 번 치고 들아가셨습니다. 제가 대사의 뜻을 알고 삼경에 조사의 바응로 들어갔더니, 대사는 가사를 쳐서 주위를 막아 사람들이 보지 못하게 하고 <금강경>을 설하셨습니다.
2. 이때 깨달은 사람에게 설하여 줄 내용은 제10품 장엄정토분에 나오는 "모든 보살들은 마땅히 이와 같이 청정심을 내어야 하니, 색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않아야 하고 성. 향. 미. 촉. 법에 머물러 마음을 내지 말아야 하며, 마땅히 머무는 바 없이 그 마음을 내어야 한다
(諸菩薩摩訶薩 應如是生淸淨心, 不應住色生心 不應住聲香味觸法生心, 應無所住而生其心)라고 한 부분이라고 설명하시는 사람이 있다. [강정진 저, '대자유']
4. 원대본 참청기연에 아래와 같은 글이 실려 있다.
육조에게 어떤 중이 물었다. "황매의 참 뜻을 누가 받았습니까?"
대사께서 대답하셨다. "불법을 아는 이가 얻었다."
중이 물었다. "화상께서도 얻었습니까?"
대사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얻지 못했다."
중이 물었다. "화상은 어째서 얻지 못하였습니까?"
대사께서 대답하셨다. "나는 불법을 알지 못한다."
이 내용은 [선문염송집] 제112칙에 황매란 제목에 실려 있다.
5. 가사로써 신표(믿음의 표시)를 삼은 것은 통속적인 발상으로 의아한 느낌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인지 이에 대하여 최초로 전의설을 주장한 하택신회는 [보리달마남종시비론]에서, "이상하군요. 법이 가사에 있습니까? 왜 가사로써 전법의 표시로 삼습니까?"라는 원법사의 물음에 대답하는 방식으로, "법이 비록 가사에 있는 것은 아니지만, 대대로 서로 이어져 온 사살을 가사로 전하여 신표로 삼아, 불법을 넓히는 사람으로 하여금 품승하도록 하고, 불법을 배우는 사람들에게 종지를 알게 하여 잘못됨이 없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6. 3년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분명치 않다. 원대본에는, 5조가 3년 후에 자신이 입적하리라는 것과 법난(法難)이 일어날 것이니 빨리 홍법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되어 있고, 송대본에는, 5조가 1년 후에 입적할 것을 예언하고 법난이 일어날 것이니 5년간 홍법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그후 어떤 법난이 있었는지 분명치 않다.
선문에서는 깨달은 후에도 바로 교화를 하지 않고 일정한 기간 그 깨달음을 보호하고 다지는 것. 이를 오후보임(悟後保任)이라 하는데, 보임은 보호임지(保護任持)의 줄임말로 우리나라에서는 보림이라고 읽는다. 제자의 깨달음을 인가한 조사가 제자에게 보림을 권하는 것이 전적들에 적지 않게 나타나는데, 혹시 이와 어떤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법난: 불법에 대한 박해를 말함.
7. 다른 판본에는 모두 "불법의 난이 일어날 것이다(佛法難起)라고 되어 있으나, 돈황본에서는 그냥 "難起"라고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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