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제록 2. 상당 1
上堂(상당)
1 - 1.
부주왕상시가 여제관으로 청사승좌하니 사상당운하되 산승이 금일에 사불획이하야
府主王常侍 與諸官 請師陞座 師上堂云 山僧 今日 事不獲已
곡순인정하야 방등차좌하나 약약조종문하하야 칭양대사인댄 직시개구부득이라 무이
曲順人情 方登此座 若約祖宗門下 稱揚大事 直是開口不得 無儞
조족처니 산승이 차일에 이상시견청이니 나은강종이리오 환유작가전장하야 직하에
措足處 山僧 此日 以常侍堅請 那隱綱宗 還有作家戰將 直下
전진개기마아 대중증하니 거간하라
展陣開旗麽 對衆證 據看
부주 왕상시가 제관들과 더불어 선사께 법을 청하니 선사께서 상당하여 말씀하시길
“산승이 오늘 형편이 여의치 않아서 인정을 따르다보니 결국 여기에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만약 조사의 문중에서 대사를 펴는데 입을 열면 바로 얻지 못하고 발을 둘 곳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오늘 상시가 간절히 청하니 내 어찌 근본도리를 숨기겠는가? 여기에 당장 진을 펴고 깃발을 내세워 한판 붙어볼 장수가 있는가? 대중들에게 증명하여 증거를 보여라.”
1 - 2.
승문 여하시불법대의오 사편할한대 승이 예배커늘 사운 저개사승이 각감지론이로다
僧問 如何是佛法大意 師便喝 僧 禮拜 師云 這箇師僧 却堪持論
한 스님이 물었다.
“무엇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선사께서 곧 ‘할’하자 그 스님이 예배하니 선사께서 말씀하셨다.
“저 스님은 그래도 이야기를 나눌만 하구나.”
1 - 3.
문 사창수가곡이며 종풍은 사옥수오 사운 아재황벽처하야 삼도발문하야 삼도피타니라
問 師唱誰家曲 宗風 嗣阿誰 師云 我在黃檗處 三度發問 三度被打
승이 의의한대 사편할하고 수후타운하되 불가향허공리정궐거야니라
僧 擬議 師便喝 隨後打云 不可向虛空裏釘橛去也
묻기를
“선사의 노래는 누구의 가문의 노래며 종풍은 누구를 이었습니까?”
선사께서 말했다.
“나는 황벽스님의 문하에서 세 번 물었다가 세 번 맞았느니라.”
스님이 의아해하자 선사께서 곧 ‘할’하고 때리며 말했다.
“허공 속에 못과 말뚝을 박아서는 안 된다.”
1 - 4.
유좌주문 삼승십이분교가 기불시명불성가 사운 황초를 부증서로다 주운 불기잠인야리
有座主問 三乘十二分敎 豈不是明佛性 師云 荒草 不曾鋤 主云 佛豈賺人也
오 사운 불재십마처오 주무어어늘 사운 대상시전하야 의만노승이로다 속퇴속퇴하라 방
師云 佛在什麽處 主無語 師云 對常侍前 擬瞞老僧 速退速退 妨
타별인청문이니라
他別人請問
한 좌주가 물었다.
“삼승십이분교가 어찌 불성을 밝히지 못합니까?”
선사께서 말했다.
“잡초 우거진 곳에는 호미를 쓸 수가 없느니라.”
좌주가 말했다.
“부처가 어찌 사람을 속이겠습니까?”
선사께서 말했다.“부처가 어디에 있는가?”
좌주가 말이 없자, 선사께서 말했다.
“왕상시 앞에서 노승을 속이려드는 구나. 어서 빨리 나가거라. 다른 사람이 묻는 것까지 방해하겠다.”
1 - 5.
부운 차일법연은 위일대사고니 갱유문화자마아 속치문래하라 이재개구하면 조물교섭
復云 此日法筵 爲一大事故 更有問話者麽 速致問來 儞纔開口 早勿交涉
야니라 하이여차가 불견가 석존운 법리문자며 불속인불재연고라하니라 위이신불급일
也 何以如此 不見 釋尊云 法離文字 不屬因不在緣故 爲儞信不及
새 소이금일갈등이라 공체상시여제관원하야 매타불성이니 불여차퇴니라 할일할운 소
所以今日葛藤 恐滯常侍與諸官員 昧他佛性 不如且退 喝一喝云 少
신근인은 종무요일이로다 구립진중하라
信根人 終無了日 久立珍重
또 말씀하셨다.
“오늘의 법연은 일대사인 까닭에 또 물을 자가 있거든 속히 묻도록 하라. 너희들은 입만 뻥긋해도 어긋나버린다. 이와 같은 것을 어찌 보지 못하였는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법은 문자를 떠나고 인에도 속하지 않고 연에도 있지 않다.’고 한 것을, 너희들의 믿음이 미치지 못하여 오늘 갈등하고 있느니라. 상시와 관원들이 불성을 막아서 어둡게 할까 두렵도다. 어서 물러들 가라.”
할을 한번 한 후에 말씀하셨다.
“믿음의 뿌리가 약한 사람들은 끝내 알 수가 없다. 오래 서있었으니 편히 쉬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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